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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포항의 새로운 소원명당 `불의 정원`

▲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 철도 공원화 공사현장 천연가스 화재의 불길이 눈에 띄게 작아진 가운데 지하수도 함께 분출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 갑작스러운 사고 … 쉽지않았던 진화작업

2015년 KTX 포항시대가 새롭게 열리면서 지난 100년간 포항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포항역~효자역 구간이 전면 폐쇄됐다.

포항시는 이곳을 잇는 4.3㎞ 구간에 설치된 철도 관련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도심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효자역서 900m 떨어진 폐철도부지서 가스 누출
최대 10.4m 높이 화염 7개월째 꺼지지 않고 `활활`
시,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 설치
쇠사슬로 만들어진 통제선엔 자물쇠 하나둘 채워져
포항역~효자역 1공구 이달말 완공 관광상품으로

예산 200억 원이 투입돼 시작된 `포항역~효자역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은 지난해 7월 착공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지 6개월 여가 흐른 지난 3월 8일, 공사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이 터졌다.

이날 오후 2시 53분께 폐철도부지 공사현장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효자역에서 직선거리로 900m 떨어진 장소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현장근로자 2명이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공사팀이 지하수 확보를 위해 지하 200m까지 관정공사를 진행하던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초 화재발생 후 소방당국은 진화를 위해 소방차 10여 대, 소방인력 6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자정을 넘어 다음날까지도 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진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활활 타올랐다.

지속적으로 새어나온 가스로 인해 2~3일 간의 진화작업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소방당국은 자연진화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항시와의 공조 속에 화재반경 50m지점에 출입통제선을 설치,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화재현장 주변을 흙으로 덮어놓는 등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 철도 공원화 공사현장 천연가스 화재의 불길이  분출되고 있다.                                                                                                                                                                                                                                                                                                                           /포항시 제공
▲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 철도 공원화 공사현장 천연가스 화재의 불길이 분출되고 있다. /포항시 제공

□ 화재의 원인은 천연가스

이번 화재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된 가스의 성분분석을 위한 작업도 진행됐다.

화재발생 다음날인 지난 3월 9일 현장을 찾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연구센터는 화재 원인이 된 불명의 가스를 생분해가스인 메탄으로 추정했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황인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불길의 높이와 상태 등을 토대로 자체 분석을 통해 가스매장량이 높다고 볼 수 없어 경제성이 있다고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현장에 상주하며 누출된 가스에 대한 성분분석에 나섰다. 가스안전공사는 누출된 가스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량적 위험성평가(QRA)을 통해 지난 3월 22일 기준, 15일 간 누출된 가스는 최소 326t에서 최대 801t에 달하며 이를 천연가스요금(주택용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대 6억4천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첫날 데이터를 기준으로 역환산 했을 때 최대가스 화염높이는 10.4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QRA프로그램의 가스농도 폭발 하한계 25% 수준에서 가스가 최대 확산될 수 있는 범위는 3.1m이나, 기상조건 등을 고려하면 4~5m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 5월 자체 조사결과를 통한 1차 기술자문보고서를 포항시에 제출했다. 연구원은 사암 대수층 내의 지하수에 녹아있는 가스가 지하수위 상부의 저류층 공간에 집적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질화학적 분석 결과 메탄이 주요 성분인 이 가스는 생물기원가스로 추정되지만 열기원가스 중 건성가스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가스유출량이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지속적으로 분출되는 양상으로 볼 때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양이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 새로운 관광상품화 논의

여러 연구기관에서 화재를 발생시킨 가스에 관한 성분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포항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쏟은 이슈는 불길이 언제 잦아드는지 여부였다.

2개월, 3개월을 넘어 100일이 지나도록 타오른 불길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항시는 본격적인 정밀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7월 19일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가스공사와 3개 기관 공동으로 천연가스 매장량 등에 관한 정밀조사 연구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들 3개 기관은 1년간 10억 원의 예산으로 지층구조와 천연가스의 특성, 안정성, 자원량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탄성파 조사로 지질탐사 첨단 장비를 활용해 가스분출 발화지점에서 수평으로 1.1㎞ 구간 노면에 20m 간격으로 센서를 심고 수직으로 탄성파(진동)를 가한 뒤 되돌아오는 반사파로 지층의 구조 상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항시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매장량 분석까지는 5개월 가량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재현장을 `불의 정원`이라는 지역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작업도 착수키로 했다.

협약을 체결한 뒤 포항시 관계자는 “천연가스가 다량 분출된 사례가 없어서 정밀조사에 소요되는 많은 비용확보와 기술적 검토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다행히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밀조사가 결정된 만큼 철저한 조사연구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포항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화재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가 설치돼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 포항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화재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가 설치돼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 제2의 자물쇠 명당 `불의 정원`

그렇게 불길이 일어난지 239일만인 지난 1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의 화재현장은 `불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포항시는 예산 3천만원을 투입해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방화유리를 통해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불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천연가스 분출 과정을 담은 안내판도 함께 설치했다. 안내판은 “여기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서 생겨나는 붉은 빛을 띤 기운처럼 … 24시간 꺼지지 않는 포항경제의 심장 포스코의 용광로처럼 …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의 불길로 타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포항시민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아직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방문객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부 시민들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소원을 빌거나 사랑을 맹세하고 있다. 특히 방화유리벽 주변에는 진입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만들어진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데 이 쇠사슬에는 벌써부터 자물쇠가 하나 둘 씩 걸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모습은 연인들이 자물쇠로 `사랑의 약속`을 다짐하며 자물쇠 명당이 된 남산타워를 연상케 한다.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윤선(28·여·대구 수성구)씨는 “포항에 불이 타오르는 곳이 있다고 해서 `휘익휘익` 소리까지 내면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며 “붉게 타오르는 불빛을 보며 남자친구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전했다.

포항시는 포항역~효자역 4.3㎞ 구간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을 위한 공사를 3개 공구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데 불의 정원이 있는 1공구를 이달 말까지 완공해 본격적인 관광객 맞이에 나설 방침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수개월째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좀 더 시민들이 즐기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불의 정원을 마련했다”며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장소인 만큼 관광객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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