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 명

내가 오늘 국사 책을 읽으며

머리 아픈 이유는

내 탓이지만

내 아버지 탓이기도 하다

그 아버지의 끝없는 아버지

그들 탓이기도 하다

이렇게 첩첩산중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이야기만 하게 만든 것도

내 탓이지만

아버지와 그 끝없는 아버지

그들 탓이기도 하다

뒷날 내 아들이 국사 책을 읽으며

머리 아플 이유도

아들 탓이지만 그 아들의

못난 아버지인 내 탓이기도 하다

고난의 아픈 역사는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음을 시인은 가족사에서 찾고 있음을 본다. 근본을 어찌 부정할 것인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를 탓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치열하게 살아오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지울 수 없는 혈흔과 같은 내림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에 눈을 두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