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현장 전문가 진단
대부분 30년 된 노후 건물에
한동대는 구조체 문제지적도
전문가들 “놀라운 지진” 평가

“집들 사이에 벽이 없네! 여긴 건물 연결이 안돼 있어.”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대성아파트 현장을 둘러보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시설안전공단, 학계 등 관계자 20여명 중 신경재 경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내려앉은 건물을 둘러보며 놀란 듯 말했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 있어야 할 벽이 없다는 뜻이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벽식구조의 이 건물은 벽이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 하지만 1988년에 입주한 이 아파트에는 아예 벽조차도 없는 곳이 있었다. 5.4 규모의 지진 충격을 이기지 못한 건물 중에서 약한 부분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건물을 돌아 외벽 끝에 도착한 신 교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세로 1m 정도 크렉이 있었고, 안으로는 세로로 줄지은 철근들이 보였다.

신 교수는 “건물 모퉁이에 `ㄷ`자 또는 `ㄴ`자형 철근이 하나도 없고 전부 세로로만 철근이 있으니까 이런 크렉이 생긴 것”이라며 “가로로 이어진 철근이 있었다면 이만큼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아파트 건물이 다른 곳보다 심한 이유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건물의 노후화를 꼽았다.

30년이나 된 건물이기 때문에 오래전에 이미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진앙지가 흥해였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다만, 건물마다 균열 피해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지반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한 관계자는 “솔직히 대성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할 필요가 없이 망가진 수준”이라며 “바로 옆에 있는 한미장관맨션은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영상이 공개됐던 한동대학교는 16일 현재 언어교육원 등 교내 건물 두 채 이상에서 구조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체는 건물의 뼈대와 같다. 두 건물은 계속되는 여진에 무너져내릴 위험이 높아 현재 폐쇄된 상태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한동대학교에서 구조체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건 두 채”라며 “아직 확인하지 못한 건물도 있는 만큼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동대학교 현장을 둘러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애초 공사를 현장 감리들의 소홀함을 의심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학교를 돌아보면서 확인한 건 무너진 것들이 다 벽돌 뿐이었고, 이는 마감이 잘못됐다는 뜻이다”며 “조적 이후 건물 내벽과 외벽을 이어주는 어떤 공법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벽돌들만 와르르 쏟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포항 지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놀라운 지진이었다는 평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과 함께 땅 속에서 쌓여 있던 에너지가 방출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경주의 5.8 지진 이후 쌓였던 에너지가 해소, 당분간 강진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때문에 지난 15일 포항에서 관측된 규모 5.4의 지진은 `상식을 뛰어넘는` 지진이었다는 것.

김진구 성균관대학교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이번 포항지진은 정말 상식을 뛰어넘었다”며 “경주 지진 이후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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