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식문화특집부
▲ 홍성식 문화특집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을 `불변하는 진리`로 착각하며 산다. 어제의 웃음이 오늘도 이어질 것을 의심치 않고, 내일 역시 오늘과 별다를 바 없는 행복의 날이 될 것임을 믿는다. 아무 근거도 없이.

공포와 고통 등의 불행은 눈앞에 닥쳐야 실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인간 중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 재앙`에 의한 공포와 고통이 특히 그렇다.

200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의 열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 닥쳐온 동남아시아 쓰나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9.3의 지진은 불변하리라 믿었던 사람들을 일상을 처참하게 파괴했다. 인도에서부터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영향을 미친 지진과 해일로 25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다치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우리 중 누구도 감히 알지 못했다. 단 한 번, 바닷속 땅의 흔들림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2만 개의 위력을 지녔을지. 자연이 내린 그 재앙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파도를 타던 관광객 수백 수천 명을 집어삼키고, 가난 속에서도 꿈을 키워가던 수백 만 아시아 사람들의 비탄과 눈물을 불러올지.

15일 한국인 전체를 공황에 빠뜨린 `포항 지진`도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이란 측면에서 동남아 쓰나미와 다를 바 없다. 규모 5.4의 지진은 안온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공포에 질린 학생들을 위해 정부는 16일로 예정됐던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했다.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가 가지는 위상을 생각한다면 전례가 드문 `충격적 사건`이다.

뿐인가.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가 60여 명에 이르고, 1천500명이 넘는 사람들은 닥쳐온 한파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 수용시설에서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곧 정확한 집계가 나오겠지만 재산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은 포항 지진으로 “한국은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지진`의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측 불가능의 자연 재앙으로 인한 일상의 혼란과 파괴가 이제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힘으로는 미리 알고 막을 수 없는 지진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지난해 일본 홋카이도 지역을 여행했다. 알다시피 일본은 지진 발생이 흔한 나라. 철저한 내진설계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과 지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벽을 깨고 외부로 나올 수 있는 탈출로까지 확보된 아파트를 보면서 놀랐다. 완벽을 지향하는 대비가 재앙이 가져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걸 거기서 배웠다.

또 하나. 잊지 않아야 할 게 있다. 자연 재앙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향한 관심의 눈길과 연민의 손길. 세계는 기억한다. 동남아 쓰나미 재해 복구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남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인간들의 따스한 마음`이었다.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도 좋다. 타자의 고통을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그 마음 자체가 소설가 존 스타인벡이 말한 바 `제3의 휴머니즘`(인류애)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