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부터 원룸촌까지 대피소동
밤새 잠 설친 주민들 공포감에 타 지역으로 이동
진앙지 가까운 지역선 수돗물 끊긴 곳 `수두룩`
피해 심한 장성동일대 원룸촌 거주인 대부분 떠나

▲ 포항 지진 발생 이틀째인 16일 오후 긴급복구작업 지원에 투입된 해병 1사단 장병이 흥해읍 국궁장 지붕에서 떨어진 기와를 치우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11·15 포항지진`에 놀란 시민들은 계속되는 여진 공포와 생활불편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이후 16일까지 40차례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동을 체감할 수 있는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이틀 동안 이어지자 포항 시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극심한 불안감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여진에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는 북구 장성·양덕동 일대 고층아파트 대다수 주민들이 특히 불안감을 겪고 있다.

진앙지인 흥해읍에서 가까운 대림골든빌 입주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6일 현재 기초생활조차 어렵다. 우선 물탱크가 전날 지진 발생과 동시에 부서져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먹을 물이야 생수를 사면 문제가 없다지만 화장실 이용도, 세수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물이 나오지 않다 보니 집에서는 음식도 장만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반감금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대림골든빌에서 돌맞이 아들을 돌보는 주부 김모(30·여)씨는 여진이 계속되자 이날 오후 서울 친척집으로 올라갔다. 전날 규모 5.4의 강진이 덮쳤을 때 아파트 거실에 장식돼 있던 유리그릇이 아이가 누워 있던 방향으로 쏟아져 내려 혼비백산했던 그는 여진이 이어지자 당분간 포항 집 생활을 포기하기로 했다. 김씨는 전날에도 아이와 경주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왔다. 김씨는 “조그만 소리에도 `또 지진인가`하는 공포감이 밀려온다”면서 “어젯밤 추위에 떤 아이를 생각해서 당분간 서울에서 머물다 잠잠해지면 돌아올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장성동에 있는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여행가방에 짐을 챙겨 타지역에 사는 친인척집으로 떠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두산위브 9층에 거주하는 정모(58·여) 씨는 “지진으로 집이 매우 흔들리면서 베란다에 놓여있던 장독대가 깨지고 물건들이 쓰러져 집안이 난장판이다. 옆집은 현관문이 틀어져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다가 119에 연락한 지 5시간 만에 구출되었다”며 “불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있기보다 당분간 서울에 있는 언니네 집으로 가서 머물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엑소더스 행렬은 포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전 9시 2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하자 심한 흔들림을 느낀 북구 장성동 원룸촌 주민들은 잠옷을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전날 강한 지진으로 실거주자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이번 여진으로 나온 주민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잠옷차림으로 허둥지둥 나온 모습은 지진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대변했다. 이날 수면 바지와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추위에 떨던 한 모녀는 여진이 다시 발생할 불안감에 집안으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딸과 함께 나온 주민 최모(43·여·북구 장성동) 씨는 “밤새 불안해 한 잠도 못 잔 상태에서 또 강한 여진이 왔는데 이런 상황에 아이들까지 함께 포항에 머물 순 없을 것 같다”며 “타지역에 있는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돌렸는데 답이 오면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은 장성동 일대 원룸촌은 계속된 여진으로 주민 대부분이 떠나 동네 분위기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특히 필로티가 꺾여지는 지진피해를 낸 원룸 주변에는 경찰 2~3명이 이동 차량과 행인들을 통제하면서 건물 붕괴 위험을 경고하고 있어 원룸촌에 남아 있는 이들마저 불안에 떨었다.

건축 전문가는 피해 건물에 대한 안전 진단을 빨리 진행해 이웃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축사는 가장 크게 붕괴된 원룸을 찾아 “건물 모서리 부분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단면 내력이 부족해서 철강을 잡아주지 못해 기둥이 심하게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룸 건축물 대부분이 이 같은 필로티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에 철저한 감리가 필요하고, 주변에 피해를 본 원룸 건물들의 안전진단을 통해 보강을 하든 공사를 하든 결정해야 원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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