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 강진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골절·외상뿐 아니라 심근경색·뇌졸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일본에서 발표된 기존 연구를 중심으로 재난 후 지역 주민의 건강을 분석한 결과, 지진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난 지역에서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11년 3월 일본 미야기(宮城) 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지진 진앙으로부터 반경 50㎞ 내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각각 34%, 42% 증가했다.

1995년 일본 1월 아와지시마(淡路島)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한신 대지진’ 당시에도 급성 심근경색은 57%, 뇌졸중은 33% 늘었다고 서울대병원은 분석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단장은 “국내 사례가 부족한 관계로 과거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 사례를 분석했다”며 “심근경색·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큰 흡연자·고혈압·당뇨병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갑작스럽게 대지진을 겪고 나면 정신적 충격 등으로 혈압이 급증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계형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신 대지진 당시 반경 50㎞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약 11㎜Hg 높아지고, 이완기 혈압(심장이 이완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도 약 6㎜Hg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고혈압을 앓는 만성질환자는 꾸준한 약물 복용으로 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전했다.

신상도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심근경색·뇌졸중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한 달 동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남들보다 지진을 크게 느껴 불안에 쌓인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진으로 인한 다른 정신적 증상으로는 불안·불면·급성 스트레스 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우울증·알코올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손지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진이나 새로운 지진 발생에 대한 불안감으로 과음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며 “가급적 술은 삼가야 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이 계속되면 조기에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