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잡아도 2만명 거주
지진에 취약 단정 어렵지만
지역 주민들 불안감 증폭
설계·감리 부실 보완하고
아치형 철골로 안전 강화
일본 사례 등도 참고해야

▲ 포항지진으로 드러난 필로티 건물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18일 오후 기둥이 대파된 북구 장량동 필로티 건물에 안전을 위해 H빔(오른쪽)이 설치돼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11.15 포항강진`의 후폭풍으로 `필로티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기둥이 산산조각 나고 거주자들이 보금자리를 떠나고 있다. 규모 5.4 강진 이후 포항시 북구 장성동 등 원룸밀집지역에서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세입자들이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피해를 본 건물주는 물론 멀쩡한 건물 소유주들도 술렁이고 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19일 한강 홍수통제소에서 `포항 지진 비상대책 회의`를 열어 필로티 건축물의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전문가들은 건축주의 사유재산을 정부차원의 제도 개선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필로티 건물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 허술한 설계기준, 시공·감리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이나 내력벽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에 외벽, 설비 등을 하지 않고 개방시킨 구조를 일컫는다.

필로티는 20세기 초 프랑스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건축 양식으로 `건물을 지면보다 높이 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에는 2층 이상 건물을 지을때 1층에는 방을 만들지 않고, 기둥만 세운 공간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다세대·다가구 주택 1층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 필로티구조 건물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거주자들은 이렇게 마련된 1층 공간을 주로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로티구조 건축물을 인간의 몸과 비교해보면 얇은 하체가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는 형태로, 겉모습만 보면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필로티구조 건축물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철저한 설계기준 준수와 시공 및 감리 등이 뒤따른다면 필로티구조로 지어진 건물도 충분히 일정 수준의 지진을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상훈 부산대 교수는 “포항 현장을 둘러본 결과 필로티구조 건축물의 주택안전도는 건물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흥해초등학교 주변 건물의 경우 대부분이 2~4층보다 1층의 피해가 컸다. 필로티 건물은 지진의 충격을 받을 경우 1층이 강한 하중을 받게 돼 손상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성동 일대의 필로티 건물은 피해가 많지만 멀쩡한 필로티 건물도 많이 있다”며 “이같은 차이는 설계기준 준수여부와 제대로 된 시공, 감리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서 발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 `지진최대피해` 포항 북구지역 원룸만 2천100여채

포항시에 따르면 지진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북구지역에 건립돼 있는 다세대주택(원룸)만 모두 2천100여 채에 이른다.

이를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천933단지 중 88.4%인 1만2천321단지가 필로티구조로 설계됐다는 국토교통부의`2015년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라 분석해보면 최소 1천800채 이상이 필로티구조로 건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3~4층으로 건립돼 적게는 10세대에서 많게는 20세대까지 거주가 가능한 원룸건물의 사정에 비춰보면 실거주자를 1인 가구로 한정하더라도 북구지역에서만 2만 명 내외의 거주자들이 갈곳을 잃었다. 월 30만~50만원 세입자 입장에서는 원룸을 떠나 갈수있는 주거지도 없다.

이렇듯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규제 등을 통해 필로티구조 건축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포항 북구의 원룸에 거주하는 전모(30)씨는 “필로티 건물은 우리나라같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유용한 구조로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지진을 한 번 겪어보니 이런 건물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며 “정부와 건축계가 힘을 합쳐 필로티를 대체할 만한 구조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필로티구조 건축물을 완전히 없애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건립된 건물만 해도 전국에 수만채가 넘는데 이들 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게 되면 건축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 기간 동안 엄청난 주택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경재 경북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필로티건물도 본래 1층에도 내력벽이 설치되는 것이 맞지만 건축사와 건물주가 합의해서 없앴다고 보는게 맞다. 이러한 배경으로 필로티건물이 없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일본의 경우 이러한 필로티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로티 건물에 아치형의 철골을 설치해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건축법에는 5층 이하 건물은 건축사가, 6층 이상 건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토록 돼 있다. 건축사는 건물 계획과 배치, 마감재 등 내·외부 디자인이을 전문으로, 건축구조기술사는 건물의 뼈대인 구조체를 비롯한 안전분야를 전문으로 다룬다”며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했다고 해도 100% 안전을 보장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건축사보다 안전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만큼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업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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