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되지만 지진대피땐 오히려 장애”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보는 건 좋은데, 지진 대피할 때는 텐트가 오히려 장애물이예요. 걸려 넘어지는 순간 아수라장이 될겁니다.”

21일 오후 3시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사생활보호를 위해 설치해놓은 개인시설(텐트)에 대한 이주민들의 걱정스러운 불만들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흥해공업고등학교와 흥해남성초등학교 등에 분산돼 있던 이주민 75가구 150여 명이 흥해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전파 판정을 받아 집을 잃어버린 이주민들을 위해 정부는 흥해체육관에 개인시설인 텐트 240대를 설치했다. 타인의 시선 없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쉴 곳을 마련하고자 했던 정부의 조치였다.

현장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좁은 공간이지만 이 정도는 지낼만하다”며 “모든 방면으로 신경써 준 정부와 포항시, 자원봉사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고 조금이나마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정을 찾을 것 같았던 대피소는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체육관을 울리는 고함과 함께 불만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이 텐트 때문이었다.

한 이주민 노부부가 가장 먼저 자신에게 배정된 텐트를 거부하고 체육관을 나갔다. 지진의 공포가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방이 막혀 있는 이런 공간에서는 살 수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고성과 함께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선 이들은 분풀이로 설치된 텐트를 발로 차기도 했다.

성인 두 명이 들어가면 가득 차는 좁은 내부도 불만의 대상이었다. 이에 동감하는 몇몇 이주민들도 자신들의 짐을 챙겨 체육관을 나섰다.

다른 이주민 A씨는 체육관 내에 설치된 텐트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포항시에 전달했다.

A씨는 “지난 15일과 같은 강진이 또다시 발생하면 현장은 무질서 상태가 돼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대피 소동 중에는 현재 체육관 내부에 설치된 텐트에 걸려 넘어지는 불상사가 무조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흥해체육관은 한 때 뒤숭숭한 상황이 이어졌다.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방송 및 사진 촬영을 수시로 하는 탓에 불편하다며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출입금지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1시간 정도 뒤 이재민들이 추가로 체육관에 도착하면서부터 다행히 소동은 마무리됐다.

한편,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텐트에 대한 이주민들의 불만과 관련, “텐트는 이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고심한 끝에 마련한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일단 내용은 상부에 건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