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여진 장기화에
죽도시장 인적 끊기고
관광지 예약취소 줄이어
지역경제 위축 우려 속
“위기일수록 뭉치고
이재민 고통 함께해야”
시민들 `극복·희망` 목소리

포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진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수십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매일 밤 지진의 공포에 떨면서 소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포항의 지역경제 전반이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는 만큼 자숙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서서히 희망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경북 도내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의 모습은 한산했다.

11월부터 과메기와 대게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평일에도 전국에서 수천명의 관광객이 죽도시장을 찾곤 했지만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영일대, 구룡포, 호미곶 등 포항지역 주요 관광명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진에 때이른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타지에서 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포항시가 지진 이후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예약을 취소했다.

포항운하에서 배를 운항하는 포항크루즈는 지진으로 예약 취소가 속출해 이달 말까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다. 평소 주말이나 휴일 하루 평균 적어도 1천명 넘게 이용했으나 지난 토요일 108명, 일요일에는 170명만 찾았고 20일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포항시민들도 지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술자리, 모임 등을 갖기보다는 피해복구에 주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횟집, 상가, 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진 최대피해지역인 북구 장성동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김모(52)씨는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사전에 예약을 잡아놓은 단체모임이 대부분 취소됐다”며 “이제부터 과메기와 대게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야 할 시기인데 지진의 충격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강진으로 기피지역으로 전락한 포항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진의 아픔을 함께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민 정모(54)씨는 “이번 지진으로 관광·숙박업은 물론 자영업계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이는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한 이재민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며 “비록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지진이 잦아들기를 기원하며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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