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회 등 4개 학회 주최 ‘포항지진 긴급포럼’서 의견 분분  

15일 발생한 11·15 지진(규모 5.4)과 인근 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다만 아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이며, 앞으로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했는데 이곳에 알지 못하는 단층이 있었다. 여기(단층)에 물이 유입돼 (단층이) 움직인 게 아닌가 추정한다”며 “다만 이건 정답이 아니며, 상당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1·15 지진 발생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 교수는 땅에 응력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공학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지진이 ‘유발지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지열발전을 할 때처럼 물 등 유체를 땅에 주입할 때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유발지진의 대표 사례로는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규모 5.6 지진을 꼽았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5일 11·15 지진의 진앙이 초기 발표보다 남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북위 36.109도, 동경 129.366도였다고 밝혔다. 또 진원의 깊이는 최초 발표(9㎞)보다 얕은 3∼7㎞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오클라호마 지진의 경우는 수천t씩 수년 (유체를) 넣은 것이다. 한국은 네 번 넣었는데 규모 5.4의 11·15 지진이 나는 게 맞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오히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미치는 힘이 변했기 때문에 이런 지진이 발생했을 거라고 밝혔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그는 “김성수 의원실 제공 자료에 따르면 포항 지열발전소는 작년 1월 29일부터 올해 9월 18일까지 물을 주입했는데, 물 주입 뒤 (규모가 작은) 미소지진이 일어났다”며 “물 주입과 미소지진 활동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 주입이 중단된 기간에서도 이곳에서 미소지진이 있었다는 점을 들며 “자료를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확실한 것은 유사 사업(지열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때, 지질학적 기초조사 및 지진 안정성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포항의 경우 단층의 구조 및 땅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경주의 경우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통과해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리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포항은 놀랬다”고 설명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포항지진의 경우 물의 작용이든, 다른 요인으로 단층 운동이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희 교수는 1978년 계기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포항 흥해 지역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지만, 작년 12월 23일부터 규모 2.2∼3.1의 지진이 수차례 발생함을 인지하고 지난 10일부터 8대의 임시 지진관측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