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지역 주택 매수문의 자취 감춰
지진 피해가구 중심으로 남구나 대구·울산 등 이동 증가할 듯
상대적으로 피해 덜한 남구지역 전세 문의는 크게 늘어 `대조`

“남구든 북구든 포항은 다 불안해요. 새로 지은 아파트도 벽이 쩍쩍 갈라지는 마당인데, 직장만 아니면 당장 포항을 떠나고 싶습니다.” (철강업체 현장직 근무 최모(37)씨, 남구 오천읍)

“꼭대기층에서 아이 안고 1층까지 걸어 내려가면서 온몸으로 지진을 겪었더니 무리해서라도 무조건 저층으로 이사 가려고요.” (주부 김모(30)씨, 북구 양덕동)

포항지진 여파로 지역 주택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땅은 흔들리고 주민들이 동요하면서 지진 진앙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한 `북구주민 대이동` 조짐까지 보인다. 수십년 살았던 고향을 등지겠단 이들도 많다.

그동안 포항 주택시장은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업계 위축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경기가 차츰 개선되고 대형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이 잇따르면서 지역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찾는 분위기였지만 예고없이 지진이 찾아왔다.

26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포항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주택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주택 매수 문의는 자취를 감췄다. 추가 지진에 대한 걱정으로 아예 주택 매입을 포기하는 수요자도 적잖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지이자 피해가 집중된 북구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장기 침체 우려가 나온다.

지진 피해가구를 중심으로 늘어난 이주수요는 포항 남구나 대구, 울산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모(59·북구 두호동)씨는 “직장 정년퇴임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새 아파트 저층으로 이사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며 “지진이 또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매입 대신 주상복합 저층 전세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북구 양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지진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남구지역에 대한 전세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값 약세를 보이던 남구와 달리 북구 양덕동이나 장성동 일대는 최근 새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던 곳이었는데 이번 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포항 부동산 시장은 전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 경주 부동산 시장이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포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은 당월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100.2를 기록했으며, 다음 달인 10월에는 100으로 하락했다. 이어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하며 1년 뒤인 올해 9월과 10월 99.2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철강산업 침체로 전반적인 지역경제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이번 지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집값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99.7을 기록했던 포항시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2월 99.7, 3월 99.4, 5월 99로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대책 발표가 있었던 지난 8월에는 98.9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매매가격지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엔 98.2를 기록했다.

포항시 북구의 경우 집값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KB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북구지역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1월 0.28% 감소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전국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월 102.4에서 6월 103까지 치솟았다. 8월과 9월, 10월에도 각각 103.4, 103.5, 103.7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거주 안정성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일년 만에 포항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