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팔레스타인·이슬람 국가 반발 거세

▲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동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 관문으로 통하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주변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이 일대에선 팔레스타인 수십명이 모여 “예루살렘은 아랍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이 올드시티 출입과 도로를 통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함으로써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비난과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었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도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이스라엘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국가의 분노와 실망을 불렀고, 이로 인해 분쟁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탄생한 도시로 서구 역사에서 신성시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 이유로 항상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으며, 종교간 갈등이 지속된 도시이기도 했다.

아라비아 사람들은 이 도시를 `쿠드스`(신성한 도시)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있기 전까지 이스라엘의 행정수도는 텔아비브였다. 1967년 6월 중동전쟁 이후로 유대교도·이슬람교도·그리스도교도가 저마다 성스러운 땅으로 여겨온 지역이라 그간에도 종교간 충돌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엔 이슬람·유대교의 공동 성지 `템플마운트`가 자리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자신들의 수도가 되기를 원했다. 템플마운트는 이슬람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가 자리한 곳이다. 반면 유대교도들은 이곳을 솔로몬왕의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졌던 곳으로 여긴다.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과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은 이곳을 국가적 상징이자 종교의 성지로 인식하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승리 후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이후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치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오슬로 협정을 체결하고도 유대인 정착촌을 넓히고, 분리장벽을 만드는 등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다. 이는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 불법행위였고, 팔레스타인의 반발과 이슬람 국가들의 비난을 불렀다.

예루살렘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정을 맺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미국도 자신들의 중재 노력이 예루살렘을 놓고 벌어지는 양국간 갈등으로 인해 좌절된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로 이 고질적 분쟁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발언 이후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인 지난 12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조직 하마스가 통치권을 행사하는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2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 벌어진 `50일 전쟁`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공습을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방어권 행사를 위한 공격을 다짐하고 있어, 향후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는 게 국제문제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명.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조짐이라 이보다 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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