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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자신이 사는 공간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것

등록일 2017-12-21   게재일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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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길 위에서
터키 ③

   
▲ 카파도키아 괴레메엔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거주하던 바위 동굴이 있다.
 

`일상에서의 탈출`이라 부를 수 있는 여행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식이다. 낯선 공간에서의 피로와 어색함을 털어내는데 맛있는 요리와 흥겨운 식사자리만한 게 있을까? 터키는 프랑스, 중국, 태국 등과 함께 독특하고 매력적인 요리가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오스만 제국은 한때 유럽, 발칸반도, 북아프리카, 페르시아 등의 지역을 지배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그곳의 문화를 흡수했고, 이는 터키의 음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 소개하는 요리를 꼭 맛보길 권한다. 대부분의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고, 더불어 가격 역시 형편이 넉넉지 않은 배낭여행자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어떤 인간이라도 `지금 이곳`을 떠나 `새로운 다른 곳`을 열망하며 건. 익숙한 풍경과 매일 같이 만나는 사람들 곁에서 멀어져 새로운 하늘과 땅, 지금까지 접해본 바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과 어울려 살아보는 꿈.

여행은 바로 이 꿈을 실현해주는 현실적 방편이다. 하지만, 멀리 떠난다고 해서 인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 서면 곤혹스럽다. 반복되는 일상을 버리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하루하루의 삶이 지겨움과 동어반복의 지옥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1871~1945)는 이런 말을 한다.

“가장 아름다운 행복은 일상이다”.

이 말에 담긴 함의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시인은 직설이 아닌 은유로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시인처럼 사고할 수는 없는 법. 보통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렴풋이 `세계와 인간의 진실`을 깨닫는 것이야 무엇이 어려울까. 단순한 동요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그 일상에서의 떠남을 의미하는 `여행`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황량한 풍경이 인간 내부에 숨겨졌던 열망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터키의 중부도시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였다.

 

  ▲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터키 중부 카파도키아.  
▲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사람들을 매혹하는 터키 중부 카파도키아.

▲`기암괴석(奇巖怪石)` 즐비한 도시



몇 해 전 여름. 이슬람공화국 이란의 국경을 넘어 터키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자그마치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보라색 소금호수가 출렁이는 이란 북서부를 힘겹게 통과한 차는 터키의 중심부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이윽고 도착한 카파도키아(Cappadocia).

지구가 아닌 화성이나 목성의 풍경처럼 낯선 모습이 기자를 반겼다. 곳곳에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거대한 바위의 속을 뚫어 도시를 만들어놓은 곳.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를 일컫는 지명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의 종교적 탄압을 피해 바위 동굴 속에 몸을 숨기고 자신들의 신앙을 이어갔다.

그 옛날 카파도키아는 로마의 동맹국이었으나 점차 속국으로 변해가며 스스로의 독립성을 잃어갔다. 문헌에 의하면 카파도키아 지역은 기원전 6세기에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불의 신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가 널리 퍼져있었다. 기원전 190년경에는 셀레우스 왕조의 세력권에 포함됐고, 이후엔 로마의 식민지에 가까운 위상을 가졌다고 한다.

실크로드의 중간거점이었던 카파도키아 지역엔 로마시대 그리스도교의 탄압을 피해 숨어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수천 개의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카파도키아 동굴수도원 등이 그 생생한 사례다.

 

  ▲ 터키 곳곳에 산재한 고대의 유적들.  
▲ 터키 곳곳에 산재한 고대의 유적들.



▲오랜 수난은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고…



오래 지속된 수난과 핍박 탓일까? 터키 카파도키아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속내를 다른 이들에게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영원하다`고 믿지 않는다. 축적된 역사가 준 상처 탓이다.

카파도키아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시 괴레메. 그곳에서 만난 터키인 삼촌과 조카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들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모종의 열망에 들떠있음을 숨기지 못했던 선량한 그들.

어떤 것은 `우주선`을, 또 다른 어떤 것은 `버섯`을 닮은 괴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규칙과 순서 없이 제멋대로 솟아오른 풍경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터키 중부의 조그만 마을 괴레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기자는 점심을 먹고 나면 동네 산책하듯 야트막한 언덕을 이곳저곳 찾아다녔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터키 맥주 에페스(Efes) 몇 병과 간단한 안주를 사들고 다니던 소풍.

그러던 어느 날 오후. 괴레메에서 2km쯤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 나무 그늘에서 안주 없이 맥주를 마시던 터키의 중년 사내 한 명과 청년 하나를 만났다.

나이가 많은 사내는 괴레메 인근 마을에서 목수로 일한다고 했고, 22살 청년은 카이세리(Kayseri)라는 도시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했다. 아시아 문화를 공부한다고 했던가…. 둘은 숙부와 조카 사이였다.

수인사를 나누고 서로가 가져온 맥주로 목을 축였다. 기자는 터키어를 하지 못하고, 둘은 영어가 서툴렀다. 간단한 단어 정도만으로 의사를 나누며 그저 마주보고 웃었을 뿐. 그러던 시간이 잠시 흐른 뒤 터키 청년이 앞뒤를 자르며 대뜸 물었다.

“우리 마을이 좋으세요?”

예의상 아래와 같이 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경치가 멋지고 사람들도 착해서 마음에 드는데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서글펐다.

“그럼, 여기서 사세요. 대신 아저씨 여권은 나를 주세요. 내가 한국 가서 살게요.”

“그럴까요?”라고 웃으며 대답해놓고 보니 괜스레 미안해졌다.

 

  ▲ 터키 사람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선량한 미소와 친절로 외국인 여행자를 반긴다.  
▲ 터키 사람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선량한 미소와 친절로 외국인 여행자를 반긴다.



▲ 그들이 자신의 일상을 사랑하게 되길



앞서 말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사랑하며 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파괴와 파격을 원한다. 지루함을 즐기는 인간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모든 일상은 지루함과 맞닿아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인들은 외계의 혹성을 닮은 카파도키아 괴레메의 기묘한 풍경이 보고 싶어 몇 백만 원의 돈을 들여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지겨워서다.

반면, 어떤 터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지긋지긋해 한국에서의 삶을 열망하며 현재의 일상을 견디고 있다.

`일상`과 `여행` 중 어떤 것이 우리를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줄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세상이 있을까? 그랬기에 기자의 바람은 소박했다. 한없이 착하게 웃는 그 숙부와 조카의 일상이 보다 행복지기를, 그들의 미소가 오래 지속되기를, 그저 그걸 빌었을 뿐이었다.



싸고 배부른 한 끼… 되네르 케밥



`케밥`은 대표적인 터키의 서민음식이다.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을 여러 가지 소스로 양념해 불에 구워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을 통틀어 케밥이라 부른다. 터키는 물론,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중해 지역의 사람들까지 즐기는 요리다.

되네르 케밥(Doener Kebap)은 커다란 쇠고기나 양고기 덩어리를 걸어놓고 뜨거운 불로 익힌 후 기다란 칼로 잘게 썰어 빵에 넣고 채소와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한국의 여행자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간편식. `터키식 샌드위치`라고 불러도 좋다.

 

  ▲ 색깔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은 터키의 과일들.  
▲ 색깔이 선명하고 당도가 높은 터키의 과일들.



독특한 체험을 원한다면… 이쉬켄데르 케밥



익힌 고기와 싱싱한 채소 위에 듬뿍 뿌려진 새콤한 터키 요구르트. 여기에 색깔 선명한 지중해의 토마토 소스까지. 이쉬켄데르 케밥(Ishkender Kebap)은 되네르 케밥에 독특한 양념을 얹은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스탄불을 포함한 터키 각 지역엔 전통이 100년을 넘는 이쉬켄데르 케밥 식당이 적지 않다.

“고기 위에 요구르트를 뿌려 먹는다고?”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여행자도 없지 않겠지만, 한국에선 해보기 어려운 새로운 체험을 원한다면 도전해볼만 하다.

 

  ▲ 터키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고기를 구워 빵, 채소 등과 함께 먹는 걸 즐긴다.  
▲ 터키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고기를 구워 빵, 채소 등과 함께 먹는 걸 즐긴다.



맛있는 꼬치구이… 쉬쉬 케밥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터키의 무슬림들은 오래 전부터 쇠고기와 양고기를 즐겼다. 쉬쉬 케밥(Shish Kebap)은 쇠고기와 양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소금, 후추, 양념 등을 가미해 맛깔나게 구운 요리다.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볼 수 있는 꼬치구이와 비슷하기에 처음 접하는 여행자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터키 거리 곳곳에선 쉬쉬 케밥을 판매하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노릇하게 잘 구운 양고기에 고소한 터키 바게트와 홍차 한 잔을 곁들이면 부자들의 만찬이 부럽지 않다.



사진제공/류태규

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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