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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어우동과 현대의 성범죄

등록일 2018-01-11   게재일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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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현대사회에서의 성추문은 연예계는 물론 계층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회의원부터 대학교수, 고위공직자를 비롯해 기업의 오너나 직장 내에서까지 성범죄 사건이 전 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연예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배우나 단역배우들의 성폭행 또는 성추행 사건에 대한 관련기사만 보더라도 그 규모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그간 야기하지 못했던 억압된 경험들이 계속해서 꼬리를 이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새롭게 불거진 대표적인 성추문 사건은 고(故) 장자연씨 사건이다. 소속사 대표로부터 방안에 감금되고 페트병으로 손과 머리를 수없이 맞으며 온갖 욕설로 구타를 당했다는 등의 폭행 정황이 발견됐다고 한다. 고 장자연씨는 지난 2009년 강제적으로 여러 분야의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고 수차례 폭행당했다라는 내용의 유서와 유력인사 리스트를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리스트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를 비롯해 언론사 관계자, 대기업 및 금융업 종사자 등의 이름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수가 혐의 없음 처분을 받는 등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성추문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에게서 나왔다. 어우동(於于同)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조의 공식기록인 `성종실록`에는 어우동 사건의 전말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서 어우동이 당시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음을 알 수 있다. 어우동은 승문원지사 박윤창의 딸이다. 그녀는 집에 돈이 많고 자색이 있었으나 성품이 방탕하고 바르지 못해 종실 태강수의 아내가 된 뒤에도 태강수가 막지 못했다. 은그릇을 만드는 장인을 불러 내실로 끌어들여 음탕한 짓을 하다가 남편이 자세한 사정을 알고 마침내 내쫓아 버렸으나 이로부터 방자한 행동을 더욱 거리낌 없이했다 한다.

`성종실록, 성종 11년(1480) 8월 5일` 사헌부 대사헌 정괄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신 등은 생각건대, 어을우동이 사족(士族)의 부녀로서 귀천을 분별하지 않고 친소(親疏)를 따지지 않고서 음란함을 자행했으니, 명교를 훼손하고 더럽힌 것이 막심하니, 마땅히 사통한 자를 끝까지 추문해 엄하게 다스려 국문하도록 청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어유소, 노공필을 비록해 수많은 관리들이 연유되어 있었다. `성종실록 성종 11년(1480) 10월 18일` `어을우동을 교형에 처했다. 어을우동은 바로 승문원 지사 박윤창의 딸인데 처음에 `태강수 동(仝)에게 시집가서 행실을 자못 삼가지 못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위의 기록을 살펴보면 어우동은 음행이 문제가 되어 결국에는 교형으로 생을 마감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에 활약한 성현(1439~1504)의 `용재총화`에도 당대에 겪었던 어우동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조관(朝官)이나 유생으로서 나이 젊고 무뢰한 자를 맞아 음행하지 않음이 없으니 조정에서 이를 알고 국문 혹은 고문을 받고, 폄직되거나 벽지로 귀양 간 사람이 수십 명이었고, 죄상이 드러나지 않아서 면한 자들도 또한 많았다. 의금부에서는 법으로서 죽일 수는 없고 먼 곳으로 귀양 보냄이 합당하다고 했으나 임금이 풍속을 바로잡자 하여 형에 처하게 했다. 본격적으로 성리학의 이념을 전파하려고 하던 시대에 발생한 성추문사건은 성리학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캐릭터였다. 때문에 시범적으로라도 처형해서 모든 조선의 여성들에게 반면교사로 삼게 하자는 임금의 뜻이 피력돼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전방위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각종 성범죄와는 내용면에서는 좀 다를지 몰라도 사회를 혼란으로 빠트리는 범죄행각에는 다를 바 없다. 국민 모두가 이러한 범죄행위를 척결시켜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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