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래<br /><br />DGIST 교수
▲ 이공래 DGIST 교수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혁신, 그리고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한 생활변화를 보면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가 예감된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 기업과 에어비엔비, 우버, 알리바바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글로벌 산업의 변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은 매년 줄어드는 매출액을 보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산업의 변화가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계획 수립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우리 정부가 아직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러하니 산하 공공기관들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다. 괜찮은 수출성과와 경제성장률에 자만하고 있는 것일까? 산업육성 전략이나 계획 수립에 식상한 것일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계획`을 수립하고 가치사슬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 기계, 설비, 물류, 제품이 직접 소통하는 생산 혁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을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이 앞장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소사이어티 5.0`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신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규제를 일시 정지시키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도 `중국제조 2025`로 기업의 창조력, 품질, 브랜드를 발전시켜 세계 최고 제조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시급하다. 특히 지방정부의 대응은 절실하다. 과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역산업 육성방식이 전면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지방정부가 기획한 연구개발 및 산업육성 사업에 중앙정부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역(逆) 매칭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에 있는 기업의 고용이나 매출이 감소하고, 심지어 파산해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설사 파악을 한다 해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기업이 문을 닫고, 종업원이 해고되는 것을 금방 파악한다. 지방정부가 더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168개)의 64.9%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규모가 어느 정도 큰 업체가 4차 산업혁명에 가장 미흡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놀랍다.

지역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추세에 대응하는데 인공지능, 스마트화, 3D 프린팅, 로봇 등의 순서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기업들이 제조 스마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임금 상승이나 시장경쟁 격화로 인해 생산성 향상을 압박하는, 어려운 사업 환경을 잘 반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역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 지역 차원의 집단 학습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지식과 정보를 학습하고 축적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 연구개발 사업은 응용연구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기술과 시장의 접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상용화 연구로 전환하거나 그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

기업은 신사업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 신사업 개발과 추진은 사내 벤처창업과 같다. 사내 벤처사업가들이 신사업을 추진할 때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의 무관심 혹은 부서 간 영역 싸움으로 싹이 트기도 전에 사라진다. 조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화되어 정치력 있는 사원만 생존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원은 도태되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