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발표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정치권 논란을 격화시키는 등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권력기관의 폐단을 없애고 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통제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야당은 청와대가 국회의 입법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묵은 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도구` 악용 구습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청와대가 밝힌 개혁안 중 검찰부문은 신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위공직자 수사를 넘기고 특수수사를 제외한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 정보수집 기능만 전담하는 기관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으로 권한이 비대해질 경찰은 안보수사처 신설과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 수사·행정경찰 분리를 통해 권력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국회사법개혁위원회(사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 가이드라인 제시는 사개특위를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맹비판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 “남영동 대공분실을 다시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청와대가 인사권으로 권력을 장악해 권력의 하수인으로 삼는 게 핵심인데, 인사권 개혁방안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안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가 아닌 국회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의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권력기관 개혁` 추진의 명분은 충분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여야 정치권이 무작정 미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법기관을 늘리고, 업무를 뗐다 붙였다하는 방식의 기능조정이 최우선과제가 돼선 안 된다. 사정기관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 매달리는 구조를 깨기 위해 어떻게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도(正道)다. `청와대 하명수사`에만 죽어라고 매달리는 사정기관 풍토를 그냥 둔 채로 `권력기관 개혁`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개혁과제는 국회가 동의해주셔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에 사전설명 등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 앞질러 국가핵심정책을 터트리는 방식은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불통행태`다. 터놓고 대화하고 협치하겠다는 약속들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이 구태정치의 폐습들은 대체 언제 걷어낼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