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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

등록일 2018-02-13   게재일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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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나의 울타리 속에서 공동운명이라는 것을,
우리가 `우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명절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바베트의 만찬`의 한 장면. 경건하고 완고하고 고지식한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가 차린 음식을 먹으며, 마치 음식이 조리되듯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만찬에 사용되는 식기와 잔.  
▲ `바베트의 만찬`의 한 장면. 경건하고 완고하고 고지식한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가 차린 음식을 먹으며, 마치 음식이 조리되듯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아래 사진은 만찬에 사용되는 식기와 잔.

명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음식이다. 백석은 자신이 먹었던 명절 음식을 다음과 같이 늘어놓았다.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음식을 먹는 사람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흥성거리는 설날, 음식과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왔다. 명절이라 전통 음식을 실컫 먹을 테니 프랑스 정통 코스 요리를 눈요기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음식을 함께 만들고
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행위로
인간임을 확인한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으로
맛보는
프랑스 코스요리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

우리 집 열무는 나를 죽고 못 살 것처럼 여기다가도 밥을 먹을 땐 완전히 남남이 된다. 밥을 먹을 땐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고 내가 그릇에 손을 댈라치면 하얗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하고 낯설고 무서운 짐승으로 변신한다. 그러면 나는 몹시 섭섭해져 한참을 삐진다. 내가 열무의 밥을 한 번도 빼앗아 먹은 적도 없는데도 열무는 자신의 밥을 지키기 위해 안면을 무시한다.

동물은 혼자 밥을 먹는다. 물론 어린 새끼에게 자신이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하지만, 웬만해선 자신의 밥을 남과 나눠 먹는 법이 없다. 인간 역시 동물이긴 하지만 음식을 나눠 먹을 줄 안다. 아기들은 먹는 것에 매우 인색해서 자신의 것을 남에게 잘 주려고 하지 않지만 유치원만 지나도 그런 태도는 달라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카에게 과자를 하나 얻어먹으려면 거의 구걸하다시피 해야 했는데, 녀석이 유치원을 다니고부터는 달라면 군소리 없이 척척 준다.

이런 것을 볼 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살면서 익히게 되는 사회적 관습과 같은 것이리라. 한 학자는 문화를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한다(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234면).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 본능이란 정의는 문화의 속성을 아주 잘 말해주는 정의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을 때 곧잘 “오늘 같이 식사하시겠어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친하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 자꾸 친한 척하는 친구에게 “언제 식사라도 합시다.”라고 말을 한다. 이 `언제`란 기약할 수 없어서 몇 십 년이 지나도 안 지켜질 때가 많다.

우리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친분을 확인하고, 식사를 통해 그 친분을 더욱 굳건하게 다져 나간다. 명절은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떨어져 살던 친척들이 조상을 핑계로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나의 울타리 속에서 공동운명이라는 것을, 우리가 `우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명절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함께 만들고,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위 이것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변신한다.

오늘은 명절이고 하니 `바베트의 만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경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며 경직되게 살아온 마을 사람들이 바베트가 베푸는 만찬을 통해 비로소 맛과 향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의 정식 요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베트의 만찬과 화해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바베트가 마을 사람들에게 만찬을 베푼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혁명이 있었던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만찬이 베풀어지는 장소는 노르웨이의 조용한 해변가 마을이다. (영화에서는 노르웨이가 아니라 덴마크로 나오는데, 당시에는 노르웨이가 덴마크령이었다.) 이 마을에 들어오기 전, 바베튼 파리에서 유명한 여자 요리사였다. 하지만 혁명으로 남편과 아들이 죽고, 자신을 쫓는 갈라펠트 장군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쳐 온다.

바베트는 마르티나와 필리파의 가정부로 일했다. 마르티나와 필라파는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우고 가난한 사람을 도운 목사의 딸들이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교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가정부로 일한 지 14년이 되는 해,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어 1만 프랑을 받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으로 따지면 몇 억쯤 되지 않을까? 바베트는 이 돈으로 파리로 돌아가 정착할 수 있었지만, 목사의 탄생 100주년 만찬을 준비하는데 모든 돈을 쓴다.

뭘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냐고? 프랑스의 정식 메뉴의 구성은 크게 에피타이저, 메인디쉬, 디저트 세 개로 구분된다. 그럼 식사의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 볼까. 자! 우선 식욕을 돋우는 차가운 애피타이저를 먹는다. 그리고 스프를 먹고, 이번엔 따뜻한 에피타이저를 먹은 다음 생선 요리를 먹는다. 여기까지가 요리의 전반부다. 이제 육류로 이뤄진 메인디쉬가 나올 차례다. 메인디쉬만 해도 그냥 메인디쉬, 더운 메인디쉬, 찬 메인디쉬가 있다. 이것을 다 먹고 나면 느끼함을 제거하기 위해 더운 야채 요리, 찬 야채 요리가 차례로 나온다. 이제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남았다. 디저트 역시 더운 것과 찬 것으로 나뉘어 나오고 나면 이제 과일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치즈가 나오며 술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식후 음료가 제공된다.

이 코스는 총 15가지로 이뤄진다. 여기에 나오는 음식에다가 또 네 종류의 술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술은 모두 와인 종류로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이 있고, 축하할 때 터트리는 샴페인이 있고, 조금 생소하지만 쉐리 와인이라는 것이 있다. 레드 와인은 포도를 껍질채 발효 시킨 것이며, 포도 껍질을 벗겨서 포도즙만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 그리고 이 화이트 와인을 병속에 넣고 재발효시키면 발포성 포도주 즉 샴페인이 된다. 다음으로 와인을 만드는 중에 알코올을 더 넣어 도수를 높인 것을 쉐리 와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와인을 담는 잔도 각기 다르다. 레드 와인은 보통 떫기 때문에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넓히면 향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 와인 잔은 옆구리가 볼록하고 잔의 입구의 경사각은 완만하다. 화이트와인은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적고 보통 차갑게 마신다. 그래서 레드 와인잔보다는 덜 볼록하고 잔 주둥이 지름도 짧다.

샴페인 잔은 탄산이 잘 빠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잔의 입구가 매우 좁고, 기포가 올라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도록 길쭉하게 만들어져 있다. 쉐리 잔은 다른 술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많기 때문에 가장 작은 잔을 사용한다.

바베트가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나르는 장면을 통해 15가지 코스가 다 갖추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는 요리는 세 가지며 와인은 네 종류다. 제일 먼저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거북이 스프며 식전주로는 `아몬티야도(Amontillado)`가 나온다. 숙성을 오래 시키고 알코올 농도를 높인 최고의 식전주다.

스프를 먹었으니 다시 애피타이저를 먹을 차례인데 이때 나오는 것이 블리니스 데미도프다.

이것은 메밀가루 또는 밀가루를 사용하여 부친 러시아 팬케이크 일종인 블리니에 캐비어를 올린 요리다. 이 만찬에 초대된 유일한 이방인인 로벤헬름 장군은 파리에서 온갖 좋은 것들을 먹어본 사람이라 이 샴페인을 알아본다. 로벤헬름이 너무 감격하여 “1860년 빈티지의 뵈브 클리코(Veuve Clicqout)”라고 말하지만 무뚝뚝한 마을 사람은 “예 내일 종일 눈이 올게 확실해요.”라고 답할 뿐이다.

바베트가 파리의 일류 요리사였음을 알려 주는 요리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메추리 요리인 `카이유 앙 사코파주`다. 함께 나오는 와인은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다. 디저트로 치즈와 과일과 크림이 얹어진 쉬폰 케이크가 나오고 커피를 마신 후 식후 주로 비에이으 마흐 드 샹빠뉴(Vieille Marc de Champagne)가 나온다.

  ▲ 공강일<br /><br />서울대 강사·국문학  
▲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바베트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베푼 만찬은 마을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 경건하고 청빈한 생활을 강조하는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가 준비하는 만찬의 규모를 보며 사탄의 유혹이라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은 음식은 전혀 중요치 않다며, 바베트의 음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음식의 맛을 음미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음식이 나오고 미식가 로벤헬름 장군의 설명이 더해지자 사람들은 그 맛에 현혹된다. 날카롭게 곤두선 사람들의 마음이 풀어지면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화해를 하고 신앙심은 더욱 충만해진다.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난다. 이번 설날, 이 영화처럼 여러분 역시 풍성한 음식을 먹으며 마음까지도 풍성해져, 올 한 해 모두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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