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강제회수 막아달라` 소장자 제기 訴 기각

문화재청이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장자로부터 강제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신헌기)는 22일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5·고서적 수집판매상)씨가 국가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 선고공판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4월 배씨는 “상주본 절취행위는 무죄로 확정됐기 때문에 상주본 소유권은 본인에게 있고 국가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 집행력은 배제돼야 한다”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원고는 국가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 이전에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지만, 청구이의의 소는 판결 이후에 생긴 것만 주장할 수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법원에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배씨는 항소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법정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상주본 소재는 배씨만이 알고 있어 문화재청이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당장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정공방은 고서적 수집가인 배씨가 지난 2008년 한 방송국을 통해 자신이 상주본을 갖고 있다고 처음 알렸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2012년 사망)씨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5월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판결했고 인도할 것을 명령했지만, 배씨는 이를 거부했고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2014년 대법원 무혐의 판결)되기도 했다.

조씨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씨에게 상주본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배씨가 상주본이 어디에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훼손과 분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2일에는 배씨에게 공문을 보내 상주본 인도를 재차 요구하자 배씨는 지난해 4월 문화재청이 강제집행으로 상주본을 회수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3차례 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편, 배씨는 지난해 4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에서 `상주본 국보 1호 지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곽인규·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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