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여자 컬링이 올림픽 출전 두 번 만에 은메달을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파죽지세로 달려 왔던 한국여자 컬링팀의 쾌거다. 25일 오전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앞서 열린 여자컬링 결승에서 스웨덴에게 안타깝게 패해 비록 금메달을 놓쳤으나 금메달 못지않은 값진 결과를 우리는 안았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처음 컬링종목에 출전했던 우리선수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투지와 팀워크를 내세워 대망의 결승에 올라섰다. 의성출신의 소녀들로 구성된 한국여자팀은 출발부터 언론의 주목 대상이었다. 세계 최고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하는 동네선수처럼 보이는 우리 대표팀의 선전에 세계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예선전 통과조차 벅차 보였던 한국의 컬링이 이 같은 성적을 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구 6만의 소도시에서 그나마 한 학교 출신으로만 선수를 구성한 팀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외신들은 김씨 성만으로 선수가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 마늘의 고장 의성 소녀란 뜻으로 갈릭 걸스(garlic girls)라는 별명도 붙여 주었다.

경북 의성이 대한민국 컬링의 본고장으로 자리를 매김하는 데는 숨은 공로자와 노력이 많았다. 한국의 컬링을 지금의 자리로 끌어올린 선수들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주역이다. 척박한 한국 컬링의 환경 속에 선수를 모집해 함께 의지하며 훈련을 했던 선수들의 인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또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일의 컬링센터를 추진했던 정해걸 전 의성군수와 김경두 경북컬링협회장 등 주위에서 선수를 키운 그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조그마한 농촌 지자체가 비인기 종목인 컬링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남녀 대표선수 15명 중 12명이 대구경북 출신으로 짜였다. 그중 의성이 6명으로 가장 많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온 국민이 컬링에 열광하면서 의성은 지역 홍보효과도 많았다.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의성 컬링장은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대표팀의 베이스 캠프장으로 사용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나하면 `갈릭 걸스`로 마늘 홍보도 짭짤했다. 컬링을 통해 의성군은 스포츠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를 남겼다.

경북도는 의성 소녀들의 메달 획득을 계기로 컬링선수단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컬링의 본고장 의성과 연계해 청송, 봉화, 영양 등에 동계스포츠 꿈나무를 육성하고 동계스포츠 벨트를 조성한다고 한다. 모처럼 맞은 호기, 의성을 대한민국의 컬링 메카로 키워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