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하락세 이어오다
연이은 지진 후 북구 중심
중고층 급매물 쏟아지면서
주택시장 붕괴 `풍전등화`
인구감소 현상마저 보여
미분양 해결·지진 대책 등
실질적 종합대책 마련 절실

포항 주택시장이 잇따른 여진의 영향으로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1일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한 후 규모 2.0이 넘는 여진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공포심이 `엑소더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앙과 근접한 북구 흥해읍 주민들을 비롯해 흔들림을 비교적 크게 체감한 아파트 고층 입주민들이 짐보따리를 싸기 시작한 것. 지역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가 포항지역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형성된 시장이 한순간에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디까지 내려가나

포항지역 아파트 가격은 최근 2년여 동안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포항지역 내 아파트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약 27개월 연속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특히 지난해 11월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한 후 2주 동안 매주 0.53%가 폭락했고, 12월 3일에는 0.56%가 떨어져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난 11일 새벽 포항을 덮친 여진의 공포도 아파트값 하락으로 귀결됐다. 다음날인 12일 집계부터 전 주(-0.07%)보다 2배 이상 낮은 -0.18% 고꾸라졌고, 지난 19일에도 -0.09% 떨어져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은 여진 후 포항시 북구지역을 중심으로 중고층 급매물이 등록되면서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포항지역에서 매매가가 떨어진 단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북구 양덕동 S아파트의 전용면적 84.98㎡는 지난 2015년 1월 2억8천500만~2억9천7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지만, 올해 1월에는 2억5천500만원에 거래되는 데 그쳤다. 다음 달부터 6천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흥해읍 초곡지구 G아파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분양권 매물이 나오고 있다. 초곡지구는 한때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1천만~2천만원 형성된 신 주거유망지였다.

□엑소더스 가속화

포항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는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상황보다 부동산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인 이유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포항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51만3천832명으로 전월보다 295명 줄었다. 올해 1월 말 기준(51만3천249명)으로도 전월에 비해 583명이 감소해 인구감소가 가속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앙에 근접한 흥해읍 인구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317명이 감소하는 등 우려했던 엑소더스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재난지역 특별재생방안의 시범사업지구로 흥해읍을 선정해 주택과 생활편의시설 등을 재정비한다는 복안이지만, 이주를 결심한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거나 새로운 주거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진 후 졸지에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포항시민 정모(38·북구 흥해읍)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흔들리는 집 때문에 부인과 아이들은 대구 친척집으로 피난을 갔다”면서 “마음 같아선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지만, 직장 때문에 포항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남구 쪽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이 주택시장 침체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면서 “아파트 과잉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해결방안과 지진 안전대책 등 실질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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