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홍 준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찌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들었다 제멋대로 각목들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 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 가고 있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들, 돈에는 비린내가 난다 돈에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 냄새에 진절머리를 쳤다 눈 없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인이 설정한 장면 두 개가 무거운 그늘을 뒤집어 쓰고 있음을 본다. 한 장면은 소위 후레자식들이 훔쳐온 자전거로 흉기를 만드는 장면이고 한 장면은 어물전에서 고기를 팔고 돌아온 어머니들의 몸에서나는 비린내다. 시인은 두 장면에서 모두 비린내가 나 진저리쳐진다고 말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다 삶이고 삶에서 나는 비린내인 것을. 시인은 이런 불구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시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네 한 생이 비린내 속에서 굴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