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이하(瓜田李下)는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시구(詩句)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줄인 말이다.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군자는 불필요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세상을 처신하는 군자의 올바른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훈적 용어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은 일곱 살이 되면 남녀가 한자리에 앉지 않는다 뜻이지만 이때부터 남녀가 엄격히 구별돼야 할 나이가 됐음을 가르치는 말이다. 이 말은 유교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와서는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져 남녀 간에 밥상도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나 장유유서(長幼有序)처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부와 남녀 간에는 물론이요, 군자의 처세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엄격한 사회 법도가 있어왔다. 전통적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고리타분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 법도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복잡한 요즘 세상사는 방법이 된다.

성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 운동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바뀌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 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미투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pence rule)이 네티즌 간 논란이다. “아내가 없는 자리라면 다른 여성과는 일체의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미국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이 말이 남성들의 미투 방어용 처세술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여성과의 동행 출장 거부나 여직원을 뺀 회식하기 등이 등장해 오히려 남녀 간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과전이하`는 군자로서 올바른 처세의 원칙을 가르친 말이다. 과도한 여성경계 태도가 미투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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