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속속 불거지는 일자리 감소 부작용

#포항에서 백고동 전문점을 운영하는 황지영(32·여)씨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치로 오르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줘야하는 월급이 부담스러워졌다.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폭은 실제 상승한 16.4%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결국, 최근 3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2명으로 줄이는 선택을 했다. 인근 상권도 마찬가지다. 하루 6~10시간가량 아르바이트생을 부리던 업주들은 근무시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만 남의 손을 빌리는 선택으로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황씨는 “사람이 줄어 더 바빠진 아르바이트생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지만, 업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면서 “앞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정운철(19)씨는 부모님의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고자 지난해 12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 시급이 역대급으로 오른다는 소식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그가 근무하는 포항시 남구의 한 중식당은 올해 들어 기존 10시간 가량이던 근무시간을 5시간으로 줄였다. 월급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시간대별로 나뉘면서 업무강도는 더 세졌다. 정씨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딴판이다”면서 “일자리도 줄어들어 몇몇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수 줄이고
외식업체 `셀프매장` 전환

통계청 1월 고용 동향도
15~19세 실업률 더 늘고
서비스업 등 취업자 감소

소상공인 압박감도 가중
“업주로서 불가피한 결정”

올해 역대 최대치로 오른 최저임금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초기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다.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월급이 되레 줄거나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소상공인들이 아르바이트를 줄이면서 급기야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전가되면서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물가가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포항지역 소상공인들과 저임금 근로자들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활이 한층 나아진 사례도 적지 않지만, 어려움을 토로하는 볼멘소리가 더 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감소다. 대표적인 저임금 근로직군인 아파트경비원도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포항지역 북구의 C아파트는 최근 들어 아파트 경비원이 새벽 시간에 근무하지 않도록 했다. 10명가량 되던 경비원은 6명까지 줄었다. 4명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 경비원 줄이기에 나서는 아파트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실버세대 실직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업종의 변화도 크다. “물은 SELF”가 옛말이 됐다. 최근 포항시 남구의 한 일본음식 전문점은 모든 서비스를 셀프로 바꾸고 홀서빙 알바를 2명이나 줄였다. 주문부터 먹은 식기의 정리·반납까지 소비자가 한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인 애슐리도 최근 몇몇 매장을 `ALL SELF` 매장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외식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맞서 아르바이트 줄이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청년층 실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업자는 10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천명 늘었다.

1월 기준으로 2010년(121만8000명) 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청년층(15~29세)이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월에 비해 변화가 없지만, 청년 실업률은 8.6%에서 8.7%로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이 몰려 있는 15~19세는 9.9%에서 11.1%, 20~24세는 8.8%에서 9.4%로 비교적 큰 폭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에서만 취업자 3만1천명이 감소했다. 숙박·음식점 취업자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7월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아파트 경비와 청소업, 콜센터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에서는 1만2천명, 편의점이 포함된 도·소매업에서는 3만2천명이 줄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현재도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공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파동은 곧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 등으로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채용을 포기하고 있어 청년층 아르바이트 불황은 장기화될 조짐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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