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한반도 운전자론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와 긴장상태를 우리가 주도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위기로 실타래처럼 얼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다자 외교로 풀겠다는 뜻이다. 종래에는 주변 4강 속의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평창이후 대북 특사 파견과 4월 남북 정상회담, 예상도 못했던 5월 북미 정상회담의 확정은 그 전망을 밝게 한다. 남북 및 4강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운전석에 앉은 정부는 `비핵, 평화`촌 도달을 위한 로드맵부터 잘 짜야 할 것이다.

운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 사정과 장애물을 아는 로드맵부터 잘 짜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안착토록 하기 위함이다. 이제 북을 향해 시동을 건 운전자는 3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정상회담은 긴 여정의 하나의 관문이며 터미널은 결코 아니다. 3차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의 의지 확인만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 절차까지 합의하여야 한다. 북핵의 동결이라는 모라토리움 선언, 핵시설 봉인과 폐쇄, 국제 핵 사찰 수용이 구체화되어야 다음 관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문화 교류, 경제 교류 협력은 정상회담의 부차적인 관문일 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1953년 체결된 휴정 협정이 종식되고 북미 평화 협정이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 북미 간 대사급 외교 관계가 수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창 올림픽과 특사 외교로 북쪽으로 직진하는 우리의 운전과정은 현재까지는 그 소통이 원활하다. 우리는 이미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관문 앞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원활한 소통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과거의 대화 경험에서 보듯이 붉은 신호등은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4월 한미 군사훈련이라는 장애물은 제거되었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시 김정은의 `무리한 요구`는 직진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종래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거나 남북 교류의 댓가라는 경제적 요구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일괄 타결이 아닌 북한의 단계적 타결 조건 제시는 정지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야당의 계속된 반대 여론조성도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로드맵에서는 북쪽을 향한 직진만이 아니라 좌우를 살피면서 방어 운전도 잘 해야 한다. 운전자는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여 끝까지 한차에 태워가야 한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대미 특사는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였다. 중국은 남북과 북미의 대화가 쌍중단과 쌍궤병행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운전자는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얻고 일본, 러시아의 협조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은 겉으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동의하지만 동북아의 헤게모니 구축전략에 더욱 관심이 많다. 일본은 북미 회담으로 일본 패싱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는 것이 운전자의 본 책무이다. 정부는 독일 동방정책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운전자는 결국 `비핵과 평화`라는 마을에 모두 안착시켜야 한다. 우리가 로드맵을 아무리 잘 짠다 해도 주변 4강의 이해관계의 변화는 진로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했지만 이 회담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운전자가 과속한다면 사고가 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고 운전자가 출발 타이밍을 늦추다가는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목적지는 4월 판문점 남북회담이 그 방향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