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원전 건설 명목 지원금
탈원전에 반환 여부 `공방`
산자부 2차 법리검토 임박
예산집행 하지마라 명령도
지역민들 “이해할 수 없어”
정부정책 오락가락 바람에
재산권 등 막대한 손해 주장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무산된 영덕군이 이미 지원받은 자율신청특별지원금을 토해낼 위기가 목전에 닥쳤다. 환수 여부의 분수령이 될 법제처 심의위원회 2차 회의가 오는 4월 3일 열릴 예정이다.

28일 영덕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4년 원전건설 지원금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260억원을 받았고, 이듬해 120억원을 추가로 받아 총 380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수원이 울진군에 직접 지급한 신한울 3·4호기 지원금과 달리, 영덕 천지 1·2호기 지원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편성됐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 일부를 떼어 조성돼 세금의 성격이 짙다.

원전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해당 380억원은 주민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개발사업 등을 목적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천지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질적인 지원금 환수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환수를 우려한 영덕군이 올해 예산에 지원금 380억원을 전액을 배정했으나, 산자부가 지난 1월 집행유보 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와 영덕군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달 초 원전건설 지원금 명목으로 영덕군에 지급한 380억원의 환수 여부를 가리는 법리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원전 건설사업이 취소된 상황에서 이미 지원된 부분을 포함해 지원금 지급이 합당한지를 가릴 방침이다. 현재까지 원전건설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은 법률로 정하는 바가 있으나, 원전 건설이 무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적용할 법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즉, 산자부의 움직임은 법적 동의를 구해 지원금 환수의 정당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련 유권해석을 진행 중인 법제처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3일 1차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는 4월 3일 2차 회의를 여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1차 회의에서는 “지원금을 어떻게 집행할 예정인가”“주민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등의 정무적인 대화가 중심이 됐으며, 환수 여부와 관련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수 여부의 잣대가 될 법제처 2차 회의가 임박하면서 영덕군과 원전건설예정지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법리검토가 지원금 반환 쪽으로 가닥이 잡혀 환수절차가 진행될 경우 영덕군은 물론 경북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덕군 일부 단체는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어 `탈원전 2차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법제처 2차 회의에서 지원금 환수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군 차원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지원금이 그동안 원전 추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 유권해석이 환수 쪽으로 기울어져도 정부가 이를 집행할지는 미지수지만, 주민들은 정부가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덕군민 김석영(58·영덕읍 석리)씨는 “오락가락한 정부정책 때문에 원전건설 예정지였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매정리 등 4개 마을이 6년여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지역민 인센티브를 받아 원전취업을 기대해왔던 청년들도 갈 길을 잃는 등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금 환수는 어불성설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원금 380억원은 그동안 참고 살아온 영덕군민들의 정주여건 개선과 일자리창출 등에 쓰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영덕/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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