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또 한 번 깜짝 발표를 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반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굿 뉴스’라고 촌평했다. 그러나 북한의 선언을 바라보는 국내정치권의 반응은 복잡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은 일제히 북한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이 미리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북한이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첫 사전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평했다. 정의당 역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는 매우 전향적이고 담대한 결정”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전까지는 핵 폐기가 진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북한의 결정을 ‘기만전술’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북한 지도부의 인식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의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남북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개통된 것도 새로운 극적인 변화다. 남북정상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전화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2년 7·4 공동성명에서 설치에 합의한 후 46년 만에 개통에 이른 셈이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끊겼던 판문점 연락채널이 지난 1월 복원된 뒤 동·서해 군사통신선,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 등이 구축된 데 이어 정상 간 핫라인까지 개통됐으니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한반도의 봄’이 확실히 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더욱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닌 그 어떤 변화도 희희낙락할 이유가 없다. 북핵은 그냥 두고 ICBM 시험발사만 중단하겠다는 조치는 미국 내의 반북한정서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담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북한의 중대발표에 대한 여야 정당의 다양한 반응에 의미가 있다. 이구동성으로 반기는 것도, 비토일색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논평에서 우려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 야당 또한 정부여당의 기대에서 희망의 싹을 보아야 한다. 지나친 낙관도 위험하지만, 과도한 비관론도 안 된다. 이성적인 대응으로 실효적 성과를 높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