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정부는 국가 경영능력이 우수한 정부다. 한 국가가 잘 경영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세금 납부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가 되는 이유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잘 지켜지고 국민이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것은 선진국의 기준이다.

세금을 집행 감시하는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판단에 따라 예산은 효율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낭비가 되는 것이 현재의 국가 시스템이다.

올 한해 우리나라 소요 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다. 이 예산은 국가 정책 등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적절하게 투입된다. 특별히 올해는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우리나라 예산의 34%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선진국처럼 복지 비중이 높아져 예산투입에 따른 국민적 만족도가 어떨지도 요즘의 관심사다.

예로부터 세금은 민심의 잣대 역할을 해왔다. 공평한 잣대에 의해 세금이 매겨지고 잘 사용되느냐에 따라 민심이 오락가락했다는 뜻이다. 공자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한 것도 관리의 세금 착취를 경계한 말이다. ‘백성이 살아가기 힘든 정치'를 말할 때 옛 성현들은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표현했다. 조선시대 후기 있었던 백골징포(白骨徵布)는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등록해 가족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한 악질적 폐해였다. 결국 이것이 발단되어 민란이 일어난 것이다.

최근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저지하던 주민과 택배사 간에 마찰이 발생했다. 중재에 나선 국토부가 세금지원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다 이 사실을 안 국민들이 국민청원에 나서는 바람에 백지화됐다고 한다. 특정 아파트의 문제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민원 해결을 하겠다는 관료들의 발상이 한심하다. 요즘은 툭하면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다. 국민의 세금이 무슨 봉이나 된 듯하다. 왜 국민 세금을 혈세(血稅)라 부르는지 관직에 계시는 분들은 곰곰이 곱씹어 볼 일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