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홍

산 하나 쌓으니 산 하나 무너진다

꿈을 가지면서 노예는 모습을 드러냈다

육신을 무너뜨린 노동의 절반은 노예가 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말 매무새 단정한 옷차림은 사라졌다

탈춤을 꿈꾸지 마라. 그것은 싸움의 시작이다

절망은 늪이 아니라 무르익은 유기질의 토양이거늘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너무 멀리 돌아 온 길을 후회하지 않으리

무너질 것도 없고 막을 것도 없다

강 하나 막으니 강 하나 흘러간다

평생을 노동현장에서 육신을 노예로 삼았음을 겸허히 고백하면서 시인은 얻은 것과 동시에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다. 그 어떤 불의나 절망에 이르게 하는 패배감을 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겠다는 치열한 대결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