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역사적인 판문점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끔 있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 것인가. 판문점 회담은 70여 년 분단사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꽉 막힌 분단의 장벽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는 것은 사실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타협해야 할 3대 과제를 미리 점검해 본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비핵화’라는 교집합에 대체적으로 합의했지만 어떤 형태로 구체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의 정의용 안보실장 뿐 아니라 며칠 전 방북한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까지 북한 당국의 비핵화 의지만은 확인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되겠지만 그 이행 단계는 어떤 행태로 구체화 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비핵화의 원칙 선언은 가능하겠지만 그 이행 방식이 구체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과제는 평화체제 구축문제이다. 북한당국은 과거부터 ‘적대시 정책’과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는 평화 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1953년 7·27 휴전 협정의 종식을 선언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그것이 남북의 평화 협정 체결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일 전 독일의 양 독 기본 협정과 같은 남북 평화 협정 원칙에는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휴전선 일대의 ‘평화 지대화’를 위한 합의가 우선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평화 협정이라는 원칙에 합의하면 북·미 평화 협정은 선순환 단계에 들어설 것이다. 이러한 당사국간의 평화 협정이 성사될 때 남북은 물론 북미간의 대사급 외교 관계도 수립될 것이다.

세번째 과제는 적대적 남북 관계의 정상화 조치일 것이다. 남북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은 역사의 대의인데도 그간 적대적 반목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탈냉전 시대에도 남북은 이념의 대결에 함몰되어 분단의 고통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새로운 로드맵이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부터 재개되고 남북 간의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10·4 선언에서는 백두산 직항로와 개성 공단의 여러 지역 확대 안까지 합의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문화 예술 교류의 길은 이미 열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북한 예술단의 가을 서울 공연도 가능할 것이다. 이번 판문점 회담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원칙만 합의하고 그 이행은 후속 고위급 회담에 맡겨도 될 것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남북 회담 성공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자기들이 주장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는 11월 대선과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 6월초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의 패싱을 막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정상 회담 한 번만으로 단단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 판문점 정상 회담은 오래된 매듭을 푸는 출발임은 틀림이 없다. 이제 판문점은 정상회담의 정례화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이 암울했던 남북 분단사를 종식한 집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간절히 바란다. 판문점 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시금석이다. 회담의 성공을 충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