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호미곶 수산물축제
준비하던 마을주민 먹을
고등어추어탕서 농약 검출
요리 후 맛보던 60대 주민
혀 마비 증상 보여 병원행
야간 취사장 몰래 드나든
60대 여성용의자 검거

축제 준비 음식에 농약을 몰래 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마을 주민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던 2015년 상주‘농약사이다’, 2016년 청송 ‘농약소주’ 사건의 재현으로 음식을 장만하던 주민이 미리 발견해 사상자는 없었으나 자칫 대형 사고를 이어질 수 있었다는 공포감으로 주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2일 지역 축제를 위해 준비한 음식에 농약을 넣은 혐의로 A씨(69·여)를 입건해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오전 5시께 남구 호미곶면 구만1리 공동취사장에서 제10회 호미곶 돌문어 수산물축제에서 마을 주민들이 먹으려고 준비하던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음식을 준비하던 주민 B씨(63·여)는 추어탕 요리를 마치고 맛을 본 뒤 혀가 마비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다. A씨 등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별다른 추가 증상을 보이지 않아 곧바로 퇴원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도 추어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넣자 하얀색 물질이 묻어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20인분의 고등어추어탕에 이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자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즉시 수사에 착수, 고등어추어탕 샘플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하고 차량 블랙박스와 CCTV 확인, 탐문수사 등을 벌여 용의자로 추정되는 마을주민 A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혼자 야간에 비어있던 공동취사장에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로부터 추어탕에 저독성 농약 150㎖ 가량을 넣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종옥 남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재 증거자료를 조사하는 중이고 살인미수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혐의가 중요한 만큼 사실로 확인되면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이와 유사한 사건이 경북 청송, 상주에서도 발생했었다.

지난 2016년 3월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박모(63)씨와 허모(68)씨가 고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시고 쓰러졌다.

이로 인해 박씨는 숨지고 허씨는 중상을 입은 후 병원 치료 후 의식을 되찾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 주민 A씨는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같은 성분의 농약을 마신 뒤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도 농약을 몰래 넣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마을 주민 정모 할머니(86) 등 2명이 숨지고 4명을 중태에 빠진 사건도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을 일으킨 박모 할머니(83)는 살인,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기도 했다.

당시 박씨는 화투를 함께 하던 민모씨가 “속임수를 쓴다”며 화를 냈다는 이유로 범행을 결심했고 평소 이웃들이 자주 마을회관에 모여 사이다를 즐겨 마신다는 점을 노리고 농약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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