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복 여

누군가의 뒤 그 구석구석에

털실보푸라기, 모기찌어진 날개, 바오밥나뭇잎, 모닥불남은껍질, 네안데르탈검은

머리카락, 피톨속을뛰쳐나온단세포, 책상모서리떨어진나이테. 페르샤의담요그씨줄.

음표에서흩어진메아리, 치약을빠져나온페프민트향기, 팽이무지개회오리, 대모산가을햇빛,

그리고 부서진사철나무빗방울, 아- 이-우-오-에-으-애-야 이 균들의 홀씨들

회색 구름뭉치를 닮아 서로 모여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는

지구에 부딪쳐, 떨어져, 흩어진

우리는 별의 식구

함께, 별이었던

떠나온 몸으로 돌아가려 한다

시 전체가 먼지처럼 다양한 사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것들이 다 먼지처럼 가벼운 물상들이지만 나름의 무게들을 품고 있는 것들이어서 뭉치고 연합하면 일정한 무게가 된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거기에서 소멸과 탄생, 뭉침과 풀림, 이합집산의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결국은 작든 크든 힘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보잘 것 없고, 사소한 것들의 존재감을 역설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