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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2’ 부서진 고베…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며 생존을 배우다

등록일 2018-04-26   게재일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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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기획취재
지진 대응 일본을 보다

   
▲ 고베시 주오구 메리켄 파크에 조성된 고베항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의 모습. ‘한신·아와이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존하고자 방파제 형식의 탐방로를 만들어 1995년 1월 17일 당시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속도로·철로 끊어지고 주택 붕괴
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 무너지고
섬과 日 본토 사이 거리도 1m 벌어져

갈라진 땅·붕괴주택 등 지진 잔해 보존
정부·지자체 합동 박물관·공원 조성
미래세대에 위험성 인식·학습자료 활용

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
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
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
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
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

일본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규모는 9.0.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진의 특징은 지진의 규모 자체보다 후발주자인 ‘쓰나미(지진해일)’에 있다.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도호쿠)지방 태평양 해역 해저 깊이 24㎞에서 흔들린 땅의 울림을 시작으로 10m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면서 당시 1만5천890명이 숨지고 2천589명이 실종됐다.

이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수소폭발과 함께 방사능이 누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모두 2만명이 넘는 희생자와 약 182조원의 피해를 낸 최악의 지진이자 쓰나미로 기억돼 있다.
 

  ▲ 시즈오카 시민인 타키다 아사에 부부가 ‘북단 지진재해 기념공원’에서 지진의 충격으로 솟아오른 단층의 모습을 보고 있다. 당시의 충격이 그대로 보존된 이 공원은 전체 길이가 140m에 이른다.  
▲ 시즈오카 시민인 타키다 아사에 부부가 ‘북단 지진재해 기념공원’에서 지진의 충격으로 솟아오른 단층의 모습을 보고 있다. 당시의 충격이 그대로 보존된 이 공원은 전체 길이가 140m에 이른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 일본 최악의 지진은 물론 1995년 규모 7.2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다.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52초에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에서 ‘7’이라는 숫자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기록된 진도 7 지진이었다.

‘쓰나미’가 아닌 땅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일본 전국에서 6천4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4만3천792명이 다쳤다. 약 20초의 흔들림으로 10만4천906채의 건물 전파, 14만4천274채가 반파됐다.

화재는 7천36건 발생했다. 한신 고속도로가 끊어지고, 역사가 붕괴해 철로에 있던 기차가 쓰러졌다.

당시만 해도 일본 최대의 항구이자 아시아의 중심항이었던 고베시는 이 지진으로 지자체의 모든 기반시설이 무너지면서 일본에서 최고의 부채를 안고 가는 도시로 몰락했다. 고베시의 피해가 가장 커 ‘고베 대지진’으로도 부른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애초에 지진이 빈번한 나라기 때문에 나름대로 지진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엄청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고베시는 오래전부터 지진이 없었던 곳이었고, 당시 지진 연구기관들도 진원지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만큼 갑작스런 지진이었다.

목조건물이 많았던 곳이라 피해는 극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서 내진설계를 포함한 건축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일본 기상청이 명명한 정식 명칭은 ‘헤이세이 7년(1995년) 효고현 남부 지진’이지만, 발표에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이 지진을 ‘한신 대지진’으로 보도했다. 아와지섬의 피해도 극심하다는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약 한 달 만에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명칭을 통일했다.
 

  ▲ 오사카시에 있는 쓰나미·해일 스테이션의 관계자가 높은 파도 모형으로 만든 해일 피해터널에서 오사카를 덮쳤던 3대 태풍의 피해사진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 오사카시에 있는 쓰나미·해일 스테이션의 관계자가 높은 파도 모형으로 만든 해일 피해터널에서 오사카를 덮쳤던 3대 태풍의 피해사진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남은 것들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해협 대교(아카시 대교 또는 명석 대교)’가 나온다.

전체 길이는 3천911m, 중앙 지간의 길이는 1천991m다. 이 다리는 1988년 착공 당시 전체 길이가 3천910m로 설계돼 1998년 개통됐는데, 대지진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땅이 크게 뒤틀리면서 일본 본토와 섬 사이의 거리가 1m 벌어졌고, 보완작업을 거쳐 기존 설계 길이에 추가로 1m를 늘여 공사한 뒤에야 개통됐다. 이 대교에 오르면 멀리 아와지(淡路)섬이 보인다. 섬에 도착해 다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5분여를 가다 보면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일본 효고현의 작은 섬인 이곳 아와지섬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원지였다. 섬 지표면의 16㎞ 아래인 아카시해협의 활성단층 중 일부가 운동하면서 일본 본토까지 충격이 이어졌고, 재앙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아와지섬에는 총 길이 10㎞에 이르는 ‘노지마 단층’이 생겼다.

일본 정부는 1998년 7월 31일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 단층(185m)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함과 동시에 그 일부인 140m를 ‘북단 지진재해기념공원’에 보존해놨다. 기념공원 안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다.

평평했던 땅이 지진을 겪으면서 층이 생겼다거나, 직선 배수관 중 일부가 45도 기울어지는 등 단층에 의한 다양한 지형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진도 7 지진에 모든 건물이 무너질 때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했던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 시장의 방화벽(일명 ‘고베의 벽’)도 아와지섬 내 기념공원에 그대로 옮겨왔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1995년 지진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한신·아와이 대지진’의 진앙인 아와지섬에 만들어진 ‘북단 지진재해기념공원’의 모습. 사진 하단의 배수로가 지진의 충격으로 땅과 함께 뒤틀어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한신·아와이 대지진’의 진앙인 아와지섬에 만들어진 ‘북단 지진재해기념공원’의 모습. 사진 하단의 배수로가 지진의 충격으로 땅과 함께 뒤틀어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기념공원에서 만난 시즈오카 시민 타키다 아사에(66·여)씨는 “23년 전 고베 지진 당시 고베와 시즈오카는 엄청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흔들림을 느껴 잠에서 깬 기억이 있다”며 “아와지섬에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이 있다는 걸 알고 TV로만 봤던 지진의 실제 모습을 알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지진 당시 활성단층 위에 지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개인 주택도 파손 상태 그대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직접 이 건물을 사들여 현재까지 유지 및 보수작업을 한다.

섬 안에 살면서 지진을 직접 체험했던 생존자들이 매주 이곳에서 방문자들에게 직접 지진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하며,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도 7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관도 기념공원 안에 있다.

고베시 주오구에 위치한 메리켄 파크 내에 조성된 ‘고베항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에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었던 잔해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1997년 7월 준공된 이 공원은 기존 메리켄 파크 내 방파제가 지진의 여파로 파괴되면서 그 일부를 지진 당시의 상태 그대로 보존해놓음과 동시에 주변을 기념공원으로 만들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탑을 세웠다. 이 외에도 지진 피해지역 상점가의 빈 점포를 이용해 지역의 지진 기록을 전시하는 ‘지진 박물관’을 만들거나, 상점 주인이 직접 당시의 체험담을 이야기하는 모임 등이 여전히 열리고 있다.
 

  ▲ 아와지 섬에서 바라본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 대교’의 모습. 고베시와 아와지섬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1995년 1월 17일에 발생한 ‘한신·아와이 대지진’으로 본토와 섬이 1m 멀어지면서 설계를 변경해 추가 공사를 시행했다.  
▲ 아와지 섬에서 바라본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 대교’의 모습. 고베시와 아와지섬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1995년 1월 17일에 발생한 ‘한신·아와이 대지진’으로 본토와 섬이 1m 멀어지면서 설계를 변경해 추가 공사를 시행했다.

□ 참혹한 현장 보존해 교육자료 활용

지난해 3월 고베신문은 대지진 재해자의 생활 및 주택 재건과 산업재생 등을 지원하는 공익재단법인 ‘한신·아와지 대지진 복구기금’이 오는 2020년에 모든 사업을 완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 재해복구주택의 고령자 돌봄사업 역시 2018년 이후에는 예산 부족으로 효고현이 계승해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피할 수 없었던 자연 재앙을 겪은 일본은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을 보존하기로 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체험’이다. 일본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방재교육을 받는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한다.

지진을 겪었던 많은 이들은 당시의 모든 상황을 온전하게 보전해 자라나는 후세에 물려줌으로써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모든 학교에서 지진체험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유치원생부터 직장인들까지 모두가 지진과 화재 시에 대비한 훈련을 많게는 매달 실시한다.

지역마다 국비로 운영되는 ‘방재훈련시설’에서는 지진 대비 교육부터 대지진 당시의 상황들을 재연해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부터 진도 7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학습하면서 실제 지진이 닥쳤을 때도 차례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의례적으로,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대피교육과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이유는 바로 ‘실제경험’에서 나오는 교육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포항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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