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지금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인터넷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 본질이다. 대선정국으로 민심이 어디로 흐를 지 혼란스런 상황에서 일어난 드루킹 사건은 특정 여론이 대세라고 믿게끔 인터넷 댓글을 적극 활용했다는 의혹이기에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를 흔드는 중대사건에 해당한다. 그래선지 여당과 청와대도 ‘드루킹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을 짐작한 듯 심각한 표정이지만 마땅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한 채 남북정상회담이란 카드에 기대어 정국돌파를 꾀하고 있다. 야당은 천막농성으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하며 정면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늘고 있는 것도 ‘드루킹 사건’의 후유증은 아닐까 싶다. 여론조사는 국민여론을 통계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조사해 발표하는 조사기법을 말한다. 여기서 여론조사 결과를 인위적으로 바꾸면 곧바로 여론조작으로 탈바꿈한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인위적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사례도 적지않다. 특히 정치판에서 공천경쟁을 여론조사에 의존해 실시하면서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론조작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이 우세한 대구·경북지역에서 공천경쟁 과정에서 여론조작을 통한 공천권 확보는 누구라도 욕심낼 만한 유혹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풍조는 이미 수년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적극 활용되면서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지방선거때도 여론조사를 못믿겠다며 수 많은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여론조사 경선을 거부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바 있다.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자유한국당 경북지역 기초단체장 공천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요즘 경북지역 기초단체장 경선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도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례로 경북 김천지역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신청한 한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에서 자신이 떨어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지자들과 함께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사무실에 진을 치며 항의농성을 벌였다. 그의 주장은 경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러차례의 자체 여론조사에서 줄곧 1등을 차지했던 자신이 떨어진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여론조사에 이의가 있으면 여론조사 기관에 찾아가 모든 데이터를 열람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법원에 제소를 하도록 하라”고 권고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에게는 여론조작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질 리 없다는 믿음이 있지않았나 싶다.

이같은 의심은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확장·적용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전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갖리얼미터 여론조사가 검찰수사로 충분하다는 여론이 52.4%, 특검 찬성이 38.1%밖에 안돼 특검을 하지 못한다’고 답한데 대해 아예 다른 조사기관의 결과로 정면반박했다. 그는 “지난 20~22일까지 3일 동안 여론조사 공정주식회사에서 리얼미터 여론조사 샘플보다 사이즈가 큰 1천3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특검 찬성이 63.3%, 반대가 30.9%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을 ‘여론조작당’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은 대통령 지지율도 여론조작에 취해서 국정을 일방통행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냐”고 질타했다.

여론조사와 여론조작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른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누가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으로 탈바꿈하는 것 역시 순식간이다. 불신의 시대요,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걸린 슬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