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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사라져 간다… 포항이 사랑했던 것들

등록일 2018-05-02   게재일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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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 컸던 옛 포항驛舍 이어
청룡회관·포항문화원까지
역사적 건물 최근 잇단 철거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전통유산 마구잡이 훼손에
볼 수만 없다며 발언 자청

   
▲ 지난달 25일 11·15 지진으로 위험등급 판정을 받은 포항시 북구 덕수동의 옛 포항문화원 건물이 철거되고 있다. /이용선기자
 

“역사와 전통이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습니다”

포항의 역사와 포항시민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가 2일 유물 복원 및 보존을 제안하면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서 교수는 “옛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되찾고 미래의 소중한 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무분별하게 폐쇄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16면>

서 교수는 지역을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관련한 선진 사례와 공론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구 포항역사, 청룡회관 등 역사적 건물들이 낡은데다 도시계획 등을 이유로 잇따라 철거 해체된데 이어 최근 포항문화원까지 철거되자 참다못한 서 교수가 쉽지 않은 사회적 발언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서 교수는 “포항이 고향은 아니지만 30대 이후 삶의 전 기간을 포항에서 보내다 보니 포항을 제2의 고향으로 자부하고 있고, 애착이 많다”면서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떠나던 젊은이들이나 5일장을 보러오던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동해안 지역민들에게 옛 포항역사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물”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청룡회관 역시 빨간 명찰을 달고 청춘기의 한 시기를 포항에서 해병으로 복무한 전국의 전우들에게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이 같은 유산들이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채 공무원들의 판단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시민들의 향수와 자긍심도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포항은 옛 포항역, 청룡회관, 포항문화원 등 주요 유물들을 마구 부숴 시민들의 옛 삶의 흔적이 증발됐다”면서 “시민들의 삶과 궤적을 함께 해온 유서깊은 건물들이 지역사회와 한마디 상의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포항문화원 철거를 예로 들면서 “전문가 자문과 사회적 공론화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한 뒤에 폐쇄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나무랐다.

서 교수는 또 “지역의 역사성이 깃든 건물 등 유·무형 자원에 대한 아카이브(기록보관소)도 구축해 이들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포항역 철거 문제는 지난 2015년 해체 당시 찬반 논쟁이 가열되면서 이미 지역사회에서 한차례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서 교수는 “빠른 시일 안에 포항시가 일정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역사 건물을 축소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함께 “역사적 유물들을 철거하기 전에 ‘지역문화유산보존심의위원회’같은 별도기구를 두고 시민들과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100년 가까이 포항의 산증인으로 포항의 눈물과 기쁨, 포항의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사가 지난 2015년 9월 22일 구 포항역 횡단도로 개설공사 기공식이 열린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제공  
▲ 100년 가까이 포항의 산증인으로 포항의 눈물과 기쁨, 포항의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사가 지난 2015년 9월 22일 구 포항역 횡단도로 개설공사 기공식이 열린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 제공

서 교수는“역사보존이 개인의 이해나 공공의 필요에 따라 상충되는 경우에는 그 해법이 상당히 까다롭겠지만 80년대 초 일본의 역사도시 교토(京都)의 철도역 복합개발을 두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한 예를 들었다. 교토부는 10년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지난 1993년 개발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역사보존과 개발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프라우엔키르헤(성모교회)는 2차 대전때 폭격으로 건물 자체가 무너져 내렸지만 무려 50년에 걸쳐 완전하게 복원됐다. 동독 시절 예산이 부족해 복원이 힘들자 독일인들은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고 설계도를 그려 후일을 기약했다. 이런 노력 덕에 독일 통일 후 예배당은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었다”면서 “옛 역사를 지키려는 독일인들의 문화재 사랑, 정부 민간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나서 문화를 지키고 아끼는 데서 시민들의 품격을, 그리고 국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 정도가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현대의 첨단정보통신사회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가 미래의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도 중요하고 경제적 효용도 가치가 있겠지만 미래도시에서의 삶과 도시의 모습도 함께 그려보는 지혜가 우리들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창한 문화재 보존이 아니더라도 우리 시만의 축적된 도시의 역사, 이야기, 기억이 스민 곳이라면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각계 각층의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만간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역사유물 보존 및 회복 시민위원회’같은 것을 만들어 역사적 유물들의 보존방안을 포항시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향후 행보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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