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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재앙 ‘震災’ 기억하고 복구하고 대비하는 ‘재난 제어탑’ 역할 충실

등록일 2018-05-03   게재일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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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기획취재
지진 대응 일본을 보다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마련된 지진재해 기억공간을 찾은 학생과 시민들이 지진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컴퓨터에 전시된 피해 사진과 물품 번호를 입력하면 기증자의 경험담을 확인할 수 있다.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마련된 지진재해 기억공간을 찾은 학생과 시민들이 지진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컴퓨터에 전시된 피해 사진과 물품 번호를 입력하면 기증자의 경험담을 확인할 수 있다.
한신·아와이 대지진 이후
당시 현장의 모든 기록 저장
재해 경험·교훈 ·정보 총망라

지역내 모든 관공서 연계
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 구축
매달 지진 정보 연재하는 언론 등
‘방재 생활화’ 위한 노력 계속


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
2. 한신·아와지와 동일본 대지진
3.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
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에 견학을 온 한 학생이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고가도로가 붕괴한 사진을 보고 있다.  
▲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에 견학을 온 한 학생이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고가도로가 붕괴한 사진을 보고 있다.


□ 학계

고베시 한가운데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재해의 경험과 교훈을 계승하고, 방재 및 감재사회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시설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 자료와 지진 당시의 영상, 지진 재해 체험자의 체험담을 통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재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또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전의 거리와 이후의 모습들, 재해부터 도시의 부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 모든 자료들도 저장돼 있다.

특히, 센터는 단순 기념 시설을 떠나 방재 연구와 전문가를 육성하면서 일본 재해·재난의 제어탑 역할을 한다. 30년 앞을 전망하면서 △재해대책행정대응 △응급피난대응 △정보대응 △지역경제대응 등 10가지로 연구분야를 나눠 일본의 방재를 이끌어가고 있다.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자 등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방재전문가로 육성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일본 기준 진도 6, 한국 진도 9 수준) 당시에도 현장에 투입돼 많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

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는 다가올지 모르는 대재앙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앞으로 30년 안에 진도 8의 대지진이 일본 본토에 들이닥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00∼200년마다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곤 했다. 단지, 어느곳에서 어떻게 지진이 발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곳에는 일본에서도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진도 8의 대지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다.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전시된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화재로 녹아버린 동전.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전시된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화재로 녹아버린 동전.

 
□ 언론

일본의 가장 큰 신문사 중 한 곳인 마이니치 신문은 매달 17일마다 지진 관련 이야기를 신문에 담아내고 있다.

올해로 23년째 연재 중이다. 지진 피해상황과 함께 재난민에게 생활 정보를 전하는 ‘희망신문’과 ‘재난특집’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부터 시작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언론 역시 재난을 극복하고 또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표기할 때 ‘한신·아와지 대진재(大震災)’로 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진(地震)’이 아니다. 이를 가장 먼저 사용한 곳 역시 마이니치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면기사를 통해 ‘한신 아와지 대지진’을 ‘진재(震災)’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자연의 재앙은 거스를 수 없지만, 반대로 이를 극복해서 이겨내자는 의미에서 ‘지신(지진, 地震)’이 아닌, 강조의 의미를 담은 재앙을 단어에 담아 ‘신사이(진재, 震災)’를 썼다”고 말했다. 이 단어는 오늘날까지 일본 전역에서 통용되고 있다.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전시된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화재로 녹아버린 동전.  
▲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 센터’ 3층에 전시된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화재로 녹아버린 동전.



□ 관공서

일본 내 모든 관공서들은 재해·재난 발생 시 각자의 메뉴얼대로 움직이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일본 여행지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사카시는 재해·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대피장소에 53만명이 사흘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의 식사와 물을 비축해 두고 있다. 이곳은 해발 0m 지대로, 해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공업용수로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올려 쓰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오사카시는 지진과 해일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층 빌딩을 ‘쓰나미빌딩’으로 정해 비상시 시민들의 피난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재난종합방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소방국, 경찰 등 모든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동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재해가 발생하면 오사카 시내 전역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신속하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오사카시에서는 일반인이 아닌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재해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과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피난소’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는 자주방재조직(자율방범대, 유년소방클럽, 소년방재클럽, 부인방재클럽)을 통해 지방방재능력의 향상 및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낙오자가 없도록 자주방재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 오사카시 아베노 방재센터에는 한신·아와이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시 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충격을 실감할 수 있다.  
▲ 오사카시 아베노 방재센터에는 한신·아와이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시 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충격을 실감할 수 있다.



□ 자원봉사자

정부나 학계, 언론 등 모든 기관에서 재해·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자원봉사자’로 꼽는다.

지진 이전, 일본에서 ‘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 의미가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려진 때가 바로 1995년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에는 전국적으로 구원의 손길이 모였다. 공무원들이 동원돼 물질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이들은 공무원들이 신경 쓰지 못한 이재민들의 모든 아픔을 함께 나누고 봉사했다. 방재와 관련한 모든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통해 고베시를 포함한 지진 피해지역이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재난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지진이라는 아픔을 겪고 나서,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라는 의미가 정착했다. 자원봉사활동이 발전하면서 지난 2006년 고베시가 있는 효고현 내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이 1천개를 넘어서면서 전국 6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은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 한신·아와이 대지진을 기억하고 재해를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의 모습.  
▲ 한신·아와이 대지진을 기억하고 재해를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의 모습.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시라이시 히데토시
부센터장 인터뷰


방재는 재해를 상상해서 하는 대비
준비만 잘하면 80%는 해결된 것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이 가장 중요


고베시와 효고현, 일본 정부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고베시 한 가운데서 방재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지진을 겪은 이들은 예방하고, 지진을 극복하기 위해 미래를 설계 중이다. 일본 방재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시라이시 히데토시 부센터장을 만나 지진에 대한 진짜 이야기와 일본 방재의 현주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소개 한다면

△방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을 교육시키는 곳은 많지만, 전문가 양성을 할 수 있는 곳은 일본에서 우리 센터뿐이다. 물론 지진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 17일 이후 당시 그 누구도 고베에서 지진이 발생할 줄 몰랐다. 실패를 딛고서 교훈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고베시에 방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7년 만인 2002년에 완공됐다. 당시 국비 30억엔과 지방비 30억엔을 합해서 60억엔으로 만들어졌다.

 

  ▲ 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이 대지진 충격으로 폐허가 됐다가 신도시로 재건설된 고베시의 모습.  
▲ 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이 대지진 충격으로 폐허가 됐다가 신도시로 재건설된 고베시의 모습.

이곳은 지진 교육과 앞으로 일본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방재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연구원들이 실제 재난 발생 시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서 이곳 연구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많은 대처를 했다. 중국에서도 방재 교육을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지진을 예측하고 있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도 지진을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전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측을 전혀 할 수 없다.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 지진 발생 이후 또 다른 어떤 상황이 닥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땅이 운동하면서 수많은 건물이 붕괴됐다. 그런데 구마모토 지진도 땅이 분열됐는데, 큰 피해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심했었다. 하지만, 방심한 틈에 두번째 지진이 연이어 와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같은 원인의 지진이어도 발생 이후 현상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 또 동일본 대지진처럼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가 아닌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많이 입은 사례도 있다.



-일본의 방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우선 방재는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상상해서 사전에 대비하는 것 또는 준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준비만 잘 해 놓으면 80% 해결된 것과 같다. 가장 쉽게 접하는 부분이 내진설계인데, 일본은 1986년 건축법 개정으로 진도 6까지 건물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강제했다. 일본은 진도 7이 최대치다. 진도 6이면 한국 기준으로 9∼10 정도다. 지진은 사실 ‘운’이다. 집에서 있을 수도 있고, 밖에 외출한 상태로 지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디서든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살아남았다면, 전력을 다해 도망가라. 

  ▲ 일본 마이니치 신문 오사카 본사 기자들이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피해 상황과 극복과정의 취재이야기를 본지 기자에 들려주고 있다.  
▲ 일본 마이니치 신문 오사카 본사 기자들이 한신·아와이 대지진 당시 피해 상황과 극복과정의 취재이야기를 본지 기자에 들려주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무엇인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건물 재건을 비롯한 물질적인 부분은 100% 복구됐다. 다만, 처음에 내세웠던 ‘고베 부흥’의 목표 설정이 어디까지인지 미묘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순 없을 거 같다. 지진 트라우마 등 인간관계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다.

사람에 대한 대처, 사람들이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상 재난이 발생하면 공권력이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린다. 온 국민들이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해결은 어렵다. 같이 협조하고 지원하고, 구조활동을 해야 한다. 지진 이후에는 소통하려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전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것. 한국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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