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술이 꽃 피는 포항으로

▲ 올 연말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포항에서 만날 수 있다.
▲ 올 연말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포항에서 만날 수 있다.

클래식 공연 한 편, 대중문화 공연 하나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그 나라가 선진적인 형태를 취해갈수록 문화예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정치·경제·사회적 발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의 향유 욕구도 함께 성장해온 것이 우리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 시민이 다양한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본지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펼침으로써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서울 홍대 인근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기획보도로 포항이 공연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로 나아가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포항문화재단
문화진흥 위한 정책 개발
예술 다양성 증진 위한 노력 열성
포항시립예술단
30년간 지역 문화예술 책임져
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 최선
‘클래식 어렵다’ 선입견 깨고
효과적인 공연홍보 방법 고민해야

글 싣는 순서

1. 포항에선 어떤 문화예술 공연이…
2.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를 가다
3. 비엔나 공연예술가와 관객들
4. 젊음 넘치는 ‘서울 홍대거리’ 공연문화
5.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포항으로

‘상대성 이론’과 ‘광양자 가설’로 잘 알려진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 그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청년시절부터 클래식 공연 보는 걸 즐겼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에 관해선 고전음악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옹알스’ 멤버들.
▲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옹알스’ 멤버들.

한 신문 기자가 “당신은 죽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답했다. “죽음요?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아인슈타인이 보여준 천재성에 클래식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송강호와 설경구 등 유명 영화배우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학창시절 본 한 편의 대중문화 공연이 내 발길을 연극판으로 향하게 했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처럼 공연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밝혀주는 동시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세상사를 해석하는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것 역시 공연예술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기에 대구·경북의 지자체들은 공연장을 만들고,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주민들에게 선보이고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의 경우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단체가 최근까지 진행해온 기획·정기공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현재 포항의 공연예술 현황과 향후 바람직한 발전 방향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역사인물 체험극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가 공연되고 있다.
▲ 역사인물 체험극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가 공연되고 있다.

◆ 포항문화재단 “공연작 선정부터 무대 철수 때까지 마음 못 놔”

2017년 1월 1일 “포항의 문화진흥을 위한 주요 시책을 지원하고 수행한다”는 슬로건 아래 설립된 포항문화재단은 지난해 16편의 기획공연을 포항문화예술회관과 포항시청 대잠홀 무대에 올렸다.

클래식 공연에서부터 뮤지컬, 무용극, 역사인물 체험극, 아동 음악극, 미술 퍼포먼스, 국악 공연 등 그 장르도 다양했다. 이 기획공연들을 관람한 인원은 모두 1만1천187명.

이는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양질의 문화행사를 추진해 포항의 문화 감수성을 높인다는 재단의 설립 목적을 위해 매진한 결과다.

재단 출범 직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축하음악회엔 1천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드보르작과 베토벤의 음악을 감상했다. 이날 연주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과 가수 김조한의 노래 역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재욱과 정성화 등 인기배우가 출연한 포항문화재단 출범기념 뮤지컬 ‘영웅’도 2천89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 단원들의 역량 강화를 진행하고 있는 포항시립교향악단.
▲ 단원들의 역량 강화를 진행하고 있는 포항시립교향악단.

‘2017 문예회관과 함께 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선정작인 국립현대무용단 공연과 성악가 황수미와 피아노 연주자 헬무트 도이치의 ‘듀오 콘서트’, 역사인물 체험극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도 문화예술회관을 찾은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포항문화재단은 한국의 전통 장례 절차인 ‘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 연극 ‘염쟁이 유씨’, 아동 음악극 ‘캐나다에서 찾아온 바이올린 할머니’, 매력적인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 히어로’, 송년기획 ‘꿈드림 콘서트’,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 ‘오픈하우스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켰다.

▲ 포항문화재단의 기획공연 ‘캐나다에서 찾아온 바이올린 할머니’.
▲ 포항문화재단의 기획공연 ‘캐나다에서 찾아온 바이올린 할머니’.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볼 때, 그리고 관객들이 만족감을 표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포항문화재단 공연전시팀 문혜정 대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공연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상반기에 무대에 올린 ‘KBS교향악단 초청 2018 신춘음악회’와 넌버벌 코미디 ‘옹알스’, 가정의 달 특집 콘서트 ‘장사익 소리판-꽃인 듯 눈물인 듯’이 호평을 받았고, 앞으로도 가족극 ‘브러쉬’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명품 뮤지컬 ‘시카고’,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합창단의 ‘메시아’ 공연이 포항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올해 예상되는 관객 수는 1만3천여 명.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문화예술 창작기반 조성에 힘쓰며, 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지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지난해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영웅’.
▲ 지난해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영웅’.

◆ 포항시립예술단 “문화도시 포항의 위상 높일 터”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의 삶을 행복으로 이끈다”는 목표 아래 30년 간 꾸준히 활동해온 포항시립예술단은 지난해 재도약의 시간을 가졌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합창’ 협연이 주목받았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벽을 사라지게 한 연극 ‘갈매기’ 또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예술단의 경쟁력 강화, 조직 분위기의 변화, 단원 역량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는 포항시립예술단. 이의 실천을 위해 시립교향악단은 유명 지휘자를 초빙해 곡 해석의 수준을 높이고, 단원들의 연습 강도 역시 높이고 있다.

시립연극단은 세계적 극작가 안톤 체홉의 ‘갈매기’와 박조열의 ‘오장군의 발톱’ 등 순수연극을 무대에 올려 지역적 한계 극복을 꿈꾸고 있다. 이런 노력은 전년대비 관객 250%, 공연수익 300% 증가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시립합창단은 음악적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100회 시립합창단 정기공연 ‘봄을 노래하다’는 화려한 의상과 생동감 있는 율동으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 포항시립연극단의 뮤지컬 ‘어린 왕자’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 포항시립연극단의 뮤지컬 ‘어린 왕자’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해 9월 시립연극단과 제4기 어린이 단원들이 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 뮤지컬 ‘어린 왕자’도 눈길을 끌었다. 회당 8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이 공연은 23명의 어린이 단원들에게 스스로 공연예술의 주인공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상생, 도약 그리고 비상”을 올해의 비전으로 선포한 포항시립예술단은 활력 넘치는 문화생태계 구축과 문화예술 플랫폼 조성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을 덮친 지진으로 오랜 시간 준비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시립연극단 정기공연 ‘연애의 시대’가 취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포항시립예술단이 2018년 공연에 임하는 자세는 진중할 수밖에 없다.

“시련을 극복하고 예술의 터전 위에서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포항이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는 게 이와 관련된 시립예술단의 설명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시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연서비스 제공’ ‘각 예술단의 특성에 맞는 정기공연, 합동공연, 기획공연, 초청공연의 활성화’ ‘클래식의 대중화’ ‘야외공연과 테마공연의 확대’ ‘포항·울산·경주의 해오름 문화동맹을 선포하는 야외 합동공연과 해오름 합창페스티벌 참가’ 등이다.
 

▲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 히어로’도 인기를 모은 공연 중 하나다.
▲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 히어로’도 인기를 모은 공연 중 하나다.

◆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낙관해야…

평소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이 진행하는 공연을 자주 관람한다는 강민정(39) 씨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기쁨과 함께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며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획공연들이 많아졌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입장료도 저렴해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역에서 꾸준히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없지 않다. 아직도 “클래식 공연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존재하고, 공연의 효과적인 홍보 방법도 매번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공연예술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힘겨움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예술단은 “항상 시민들이 좋아할 프로그램과 예술가를 선정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예술이 가진 긍정적 힘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포항이 열어갈 공연예술의 미래를 낙관해도 좋지 않을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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