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지방선거 대구·경북 투표소에선 어떤 일이…

▲ 6·13지방선거에서도 투표 인증 바람이 불었다. 13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엄마가 아이의 인증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ameil.com

향후 4년간 지역을 위해 헌신할 일꾼을 뽑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된 13일 대구·경북지역 1천594개 투표소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유권자들은 소중한 주권행사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가족과 친지의 손을 맞잡고 투표장을 찾아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이 화합하고 번영하길 소망했다.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투표가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대구 9곳, 경북 24곳의 개표소에서는 14일 새벽까지 개표가 진행됐다.

대구 ‘최고령’ 문대전 할머니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

○…13일 대구의 최고령 유권자인 문대전 할머니가 이른 새벽부터 투표를 마쳤다. 대구 북구 복현2동 제6투표소가 마련된 문성초등학교에는 할머니 한 분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대구 최고령 유권자인 문 할머니였다. 50대 아들인 정원복씨의 손을 잡고 등장한 문 할머니는 1909년생으로 올해 110세(만 109세)다. 아들인 정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투표장을 찾은 할머니는 아들과 인증샷을 남기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총 7장 두툼한 투표용지에 첫 선거 20대 “혼란스러워”

○…지방선거를 처음 겪어본 20대는 두툼한 투표용지 더미를 처음 받아본 상황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와 달리 이번 지방선거는 시·도의원과 시·군·구의 장 뿐만 아니라 교육감, 지지정당 등 총 7장의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

김정연(21·여)씨는 “대통령선거 때는 투표용지가 이렇지 않았는데, 손 안에 가득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투표해보니 많이 어색했다”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때마다 다르다는 걸 이제 알았다”고 말했다.

“한 표 인증합니다” 인증샷 축제의 장으로 즐기는 선거

○…이번 투표에도 시민들은 어김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는 ‘인증샷’을 남겼다. 지방선거 투표 당일 각각의 투표소에는 출구로 나온 시민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아 입구 못지않은 북적북적한 모습을 보였다. 손등에 투표도장을 찍어 서로에게 보여주는 연인부터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젊은 청년, 투표소 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는 가족까지 시민들은 투표를 하나의 축제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주부 손모(37·여)씨는 “며칠간 많은 고민을 했고, 막상 투표를 끝내고 나오니 후련하다”며 “오늘은 손등에 찍어 놓은 인증도장을 지우지 않고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석호 국회의원 부부도 지역구서 한표 권리행사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13일 오전 영덕지역 영덕읍 제2투표소에서 강석호 국회의원이 부인 추선희 여사와 함께 투표에 동참했다.

영덕읍 영덕시장상인회 사무실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줄을 서 기다리던 30여 명의 유권자들은 강 의원 내외에 눈 인사와 목례를 건냈다.

강석호 의원은 투표를 마친 뒤 “국가와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후보자가 당선돼 지역 발전을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6·13 지방선거 영덕군 선거인원수는 3만 4천366명으로 사전 투표율도 34.1%로 높게 집계되는 선거 열기가 평년보다 높았다.

아이 손잡고 온 부모도 취준생도 소중한 한표

○…13일 있었던 지방선거 투표장에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에서부터 취업 준비생 청년 등 각계층의 투표 참여가 이어졌다.

취업준비생 윤모(26)씨는 두꺼운 책을 들고 투표장에 나타났다.

그는 “취업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 한다”면서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후보가 당선돼 살기 좋은 대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대구 서구 평리동의 투표소에서는 5살 아들과 투표소를 찾은 김모(34)씨가 눈에 띄었다. 김씨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함께 왔다”고 말했다.

젊은 커플부터 노년부부까지 두 손 맞잡고 선거 한표 동참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짝을 이뤄 투표를 하러 온 행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젊은 커플부터 인생의 황혼기인 노년층 부부까지 손을 맞잡고 투표를 끝낸 후에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인 나모(32)씨와 함께 투표를 한 김모(28·여)씨는 “이번에는 기존의 당보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당을 선택했다”며 “답답하고 쳇바퀴 도는 형식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 변화를 이끌어낼 선거주자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년 부부의 선택은 한층 더 진중했다. 아내 유모(59·여)씨와 손을 잡은 채 투표장을 나오던 최모(59)씨는 “당보다는 정책과 인물을 보고 선택했다”며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고 참신함을 불러올 후보가 당선돼 정치구도가 균형있게 조율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북미회담 투표권행사 영향 당선 가능성 낮아도 소신껏

○…전날 열린 북미회담이 투표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5살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전모(39·여)씨는 “어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북미정상회담을 감명깊게 봤다”며 “이번 선거로 남북 평화가 더욱 앞당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소신있는 한표를 행사했다는 유권자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안모(49)씨는 “이번에 선택한 후보가 실제로 당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정신이 바로 박힌, 국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지지규모를 떠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 남구 한 투표소서 70대남성 투표용지 훼손

○…6·13지방선거일인 13일 투표 현장에서 70대 남성이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이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 이모(72)씨가 경북도지사를 선택하는 투표용지 1장을 훼손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공직선거법 제244조를 위반해 처벌대상이 됐다.

공직선거법 제244조는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것을 ‘선거사무관리관계자나 시설 등에 대한 폭행 교란죄’로 보고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포항시남구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선거와 관련해 모든 업무가 집중돼 있다”며 “빠른 시일 내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조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뜻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개표사무원들 ‘구슬땀’

○…이날 오후 6시 선거가 종료된 이후 약 한 시간에 걸쳐 포항시 북구 양덕한마음체육관에 설치된 개표소에 투표함이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개표를 위해 개표참관인들이 봉인된 투표함을 점검하는 동안, 투표함을 기다리는 개표사무원들의 얼굴은 긴장과 더불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참관인들이 투표함 봉인지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후 개표 시작이 선언되자 이들은 일제히 분주하게 투표용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날 개표사무원으로 활동한 김모(33·여·포항시 흥해읍)씨는 “난생처음 개표 작업에 참가하게 돼 정말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공정한 결과를 위해 꼼꼼하게 개표 작업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거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