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마지막 보루였던 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 지역이 무너졌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구미시장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별 득표율을 비교 분석해 보면 TK 밑바닥이 흔들렸다.

한국당은 변화하지 않으면 차기 총선에서 한국당 텃밭인 TK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번 선거 중 지방의회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발탁됐다. 대구지역의 경우 기초의원 출마 민주당 후보 46명 가운데 45명이 당선됐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구미에 출마한 민주당 기초의원 후보 전원이 당선됐고, 포항에서도 민주당 지방의원 출마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TK지역에서 이정도의 민주당 바람이 분 것은 처음일 것이다. 한국당에 대한 TK민심도 그만큼 냉정하고 가혹했다. 쇄신하지 않으면 TK민심마저 외면하겠다는 호된 경고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 TK의원은 이번 지방 선거 결과를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한반도 평화 바람으로 인한 기대감 때문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한국당이 TK시도민들을 왜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TK의원들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문제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국당이 TK민심을 되돌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당장 TK지역 예산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협치를 잘하느냐 여부가 첫번째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당 인재 풀 안에서 몇몇 사람을 자리바꿈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TK지역은 진실한 사람을 일컫는 진박공천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뤘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진박(진실한 친박)’ 논란으로 공천 갈등을 야기했던 TK지역 친박계 의원들이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부터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전여옥 전 의원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친박계 초선의원들을 향해 쓴소리했다. 특히 정종섭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며 “그대부터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TK지역 관계자들 역시 “진박의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할 필요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TK의원들이 당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이 위기상황일 때마다 보수 본산인 TK의원들이 한국당을 지켜왔고, 위기 때마다 TK가 정치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보수표를 가장 많이 가져온 지역이 TK임에도 불구하고 TK가 전면에 나서면 TK가 다 해먹으려 한다는 논리로 수도권 의원들이 한국당 TK의원들을 공격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논리에 위축될 때가 아니라 TK정치인들이 보수 변화 등을 이끌며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통합의 주도권 역할 뿐만 아니라 보수개혁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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