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미국은 기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다. 이미 미국의 국채금리가 한국의 국채금리 수준을 넘어선지 꽤 오래 되었지만 한국에서 자금이 이탈되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원화의 가치도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의 시중금리 수준이 내재가치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채권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파른 인구 노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연기금 및 보험사들은 장기채권을 더 매수해야 했다. 특히 지난 금리 하락기에 그들의 부채 가치가 자산의 가치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장기채권을 더 사서 자산의 듀레이션(duration)을 부채 근방으로 끌어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장기채권을 사는 대신에 위험자산을 늘렸다. 그 배경은 첫째, 그동안 증시의 변동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위험자산도 그 가치가 안정적으로 상승해 왔고, 그래서 안심하고 위험자산을 샀다. 둘째,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평가를 하지만 부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당장 자산과 부채간 듀레이션을 비슷하게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2021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1)이 도입되면 부채도 시가평가를 해야 하므로 지금부터는 점차 듀레이션 매칭(matching)을 위해 장기채권을 사야 할 것이다. 그들이 장기채권을 충분히 사려면 한국의 장기 국채를 다 사도 모자랄 판이다. 그럴수록 채권가격은 상승할 것이고 채권 투자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결국 한국의 시중금리는 아직 경제의 저성장으로 인한 낮은 수익률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지금도 금리가 낮다고 불평하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더 낮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채권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이것이 외국인들이 아직 한국 채권을 손에 쥐고 있는 이유다. 즉 그들은 인구구조에 의한 채권수요의 증가를 믿고 있고, 한국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채권을 사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 과정이 끝나면 외국인들은 한국을 떠날 것이고 원화가치의 절하추세가 시작될 것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앞으로 저금리의 고통에 신음할 것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도 확실한 고성장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신성장주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의미있는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배당가치주가 선호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연기금과 보험사를 조심해야 한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수익률을 ‘예정이자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예정이자율이 국채 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즉 저축하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도 보험사들이 약속한 수익률을 상회한다. 즉 우리나라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은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저축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제공할 수 없다. 자산운용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들을 이용해야 하는가?

더욱이 한국의 경제가 시들해지며 금리가 하락하고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다. 그 자체가 연기금과 보험사들에게는 고통이다. 특히 그들이 장기채권을 살수록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된다. 스스로 자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 장기채권 대신 위험자산을 사는 파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이 클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 저축성 보험이나 연기금을 피하고 직접 안전 자산을 편입하거나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자산운용능력이 좋은 글로벌 보험사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