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대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의 상시 근로자 수 300인 이상 제조업체 18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의 77.8%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제아무리 정부의 중점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생산성 혁신’이 담보되지 않는 가운데 시행되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대구상공회의소 여론조사 결과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유연 근무제 도입(55.6%), 신규채용(50%), 설비투자·작업공정 개선(38.9%), 불필요한 업무축소(38.9%), 교대제 형태 변경(27.8%) 등을 꼽았다. 관련 법안 중 개선 사항으로는 ‘노사합의 시 연장근로 추가 허용(88.9%)’,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기간 확대(55.6%)’를 요구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주(週)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프랑스가 1936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과 비교해 거의 70년 가까이 늦었다. 그러고도 법정 근로시간의 기준인 ‘1주일’에 토·일요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행정해석을 통해 최대 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인력을 ‘갈아 넣어’ 실적을 짜내는 낡은 관행과 비효율에 안주했다. 한국이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2위이지만 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무는 이유다.

한국 직장인은 하루 11시간 회사에 머물지만 생산적인 일에 쓰는 시간은 절반인 5시간32분에 불과하다는 믿기 어려운 조사결과가 있다. 이런 생산성을 그냥 두고서 근로시간만 줄어들면 결과가 어떻겠는가 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산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생산성(성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는 우리 돈으로 약 5천만원 이상의 고액연봉 화이트칼라는 아무리 장시간 근무해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게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exemption)’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본은 근로 시간 단축 정책을 도입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를 ‘생산성혁명 집중기간’으로 정해 눈길을 끈다.

‘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축소’ 정책을 동시에 쓰려면 기업주의 경영난, 나라 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주고, 근로시간도 단축해줄 능력이 못되는 형편이면 아예 기업경영을 접으라는 식의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정책폭거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거꾸로 고용감소와 실업악화를 부채질하기 십상이다. 정부당국의 주도면밀한 정책접근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