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청원 의원이 20일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탈당키로 했다. 사진은 서 의원이 탈당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서청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친박계 좌장이자 8선 의원인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0일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실종된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 튼튼하게 국가를 지키는 것이 정치복원의 첫 걸음이라 믿는다”며 “저는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 총선 패배 이후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기에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며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잡고 독주가 횡행하고 있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며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줄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겠다”고도 했다.

서 의원은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한국당 내 계파 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친이(친이명박)·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데, 이는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내가 자리를 비키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며 “결국 친이와 친박의 분쟁이 두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주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 때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김정훈 의원도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면 기존에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고 새로운 사람이 잘 될 수 있게 독려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역 상황도 있고 당도 지금 어수선한 만큼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혀, 21대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수혜자들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물밑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서 의원의 탈당에 대해 “원로 대선배님의 결심으로 앞으로 한국당이 건강한 정당으로 다시 일어설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