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대비책은…

▲ 일본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3층에 마련된 지진재해 기억공간. 이곳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사진과 피해자료가 기증자의 체험담과 함께 전시돼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ameil.com
▲ 일본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3층에 마련된 지진재해 기억공간. 이곳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사진과 피해자료가 기증자의 체험담과 함께 전시돼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ameil.com

지진을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해야 한다.

국내 최대규모의 지진안전체험관을 비롯해 지진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포함한 ‘국립방재공원’ 건립이 포항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진부터 태풍, 해일, 화재 등 한반도 재난대응의 제어탑 역할이다.

이전까지 경상북도에는 마땅한 안전체험관이 없어 늘 교육분야에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국립방재공원은 11·15 포항지진을 겪은 포항이 대한민국 대표 방재도시로서 우뚝 일어설 수 있는 교두보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경북 중심도시인 포항에 조성될 방재공원은 좁게는 한반도, 멀리는 대륙철도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모든 국가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방재선진국 일본의 사례를 들어 포항에 들어설 국립방재공원이 갖춰야할 기능과 역할을 알아보고자 한다.

방재선진국 일본 본보기
지진발생~구출 체험활동
지형변화모습·현장 보존

방재자료 강습·학습화 등
체계적 단계별 능력 강화
한반도 방재 전문가 육성

후세에 위험 경각심 갖도록
파손 일부 건축물 보존해야

 

▲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앙인 아와지섬에 건립된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내부 노지마단층보존관. 울퉁불퉁한 지면 위로 배수로가 지진의 충격으로 땅과 함께 뒤틀어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앙인 아와지섬에 건립된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내부 노지마단층보존관. 울퉁불퉁한 지면 위로 배수로가 지진의 충격으로 땅과 함께 뒤틀어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사적 가치,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호쿠단신사이공원, 1998년 4월 2일).

아직 ‘일본 최악의’ 지진으로 불리는 한신·아외지 대지진의 현장이 보존된 곳이다. 면적 51.07㎢, 1만1천214명 약 3천700세대가 살았던 그날 아와지시의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에서 보인 지진의 실상이 공원에 보존돼 있다.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활성단층인 노지마단층 바로 위에 세워졌다. 이곳은 민가가 있는 사유지였지만, 일본 정부는 부지를 횡단해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단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이 일대를 사들였다. 생생한 지진 현장과 함께 단층의 이동, 지형의 변화 모습을 보존하는 동시에 고용한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보다 사실적으로 지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일본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시 모습이 재현돼 있어 당시의 충격을 실감할 수 있다.
▲ 일본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시 모습이 재현돼 있어 당시의 충격을 실감할 수 있다.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관계자는 “지진 당시의 현장을 재현해놓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사유지를 사들였고, 20년이 넘도록 내부 온도와 습도, 햇빛 등 자연환경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에 있어 이곳(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은 역사적 가치이자 지진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내부에는 가장 먼저 노지마단층 보존관이 나온다. 국가지정천연기념물인 노지마단층은 지진 당시 평평했던 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켰다. 지면과 함께 일직선으로 뻗어 있던 배수관은 45도 정도가 어긋났고, 마름모꼴로 가꿔놓은 나무정원은 알 수 없는 형태로 배열이 바뀌었다. 이곳에는 지진의 흔들림으로 발생한 현상을 자연 그 상태로 보존해놓고 있다.

단층 보존관을 지나면 ‘고베의 벽’이 전시돼 있다.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시장에 있었던 이 방화벽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당일 고베시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화재로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고베대공습에도 견딘 이력이 있다. 지난 2009년 1월17일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으로 이동 설치됐다. 지진의 위력을 실감했던 고베시민들이 지진의 위협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마음을 담고 있다.

‘메모리얼 하우스’도 있다. 지진단층이 뒷마당을 가로질렀던 민가를 사들여 ‘메모리얼 하우스’라고 명명, 당시 건물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내부에는 지진을 겪어보지 않은 관광객들에게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지진 직후의 부엌’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 일본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2층에 마련된 방재·감재 체험공간. 한 해설사가 본지 기자에게 지면의 흔들림을 가정해 건축물 내진 보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일본 고베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2층에 마련된 방재·감재 체험공간. 한 해설사가 본지 기자에게 지면의 흔들림을 가정해 건축물 내진 보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신사이의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화요일 두 차례에 걸쳐 직접 겪었던 지진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지진의 구조나 전 세계의 활성단층을 살펴볼 수 있는 활단층 연구실도 마련돼 있다. 특히, 11·15 포항지진 당시 한반도에서 처음 관측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곳에서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또 해일의 시뮬레이션 영상 등 다양한 각도로 지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장과 효고현 남부지진과 같은 진도 7의 흔들림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관도 있다.

□ 체험형 방재학습시설,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

‘대지진 발생, 화재 발생…그럴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실 수 있습니까?’

‘아베노 방재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의 의의가 사적가치의 보존에 있다면, 오사카 중심부에 있는 아베노 방재센터는 말 그대로 체험을 통한 총괄적인 방재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체계적인 방재를 체험할 수 있는 ‘지진재해 체험존’이 단계별로 마련돼 있다. 가상 지진코너에서 뉴스 형식으로 지진을 소개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세트장을 이동하면서 화재 발생부터 소화, 구출, 구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쉽게 노출되는 화재사고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장점이 있다.

 

▲ 일본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메모리얼 하우스’ 를 찾은 방문객이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지진 직후의 부엌’을 바라보고 있다.
▲ 일본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메모리얼 하우스’ 를 찾은 방문객이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지진 직후의 부엌’을 바라보고 있다.

내용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진 발생을 가정해 실내에서 가스 밸브를 잠근다거나 냉·난방기 전원을 꺼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기가 자욱한 연결통로를 지나갈 때 취해야 할 행동과 실제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진화하는 요령, 전화기를 사용해 119에 직접 신고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론’만이 아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총 14가지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 체험활동만 9곳에 달할 만큼 이곳에서는 체험을 통한 실질적인 방재지식 함양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처럼 꾸며진 세트장에서 이뤄지는 체험활동을 통해 방문객들은 간접적인 지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체험활동 이후에는 준비된 화면으로 녹화된 자신의 행동이 방영되면서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전문가가 직접 설명해준다.

또한, 이곳에서는 건물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스프링클러 등 각종 소방설비를 이용해 구조와 작동학습을 할 수 있다. 방재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지식학습을 비롯해 재해 발생상황과 대책 등 방재에 관한 강습도 진행할 수 있는 방재연수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 연구,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고베시에 있는 인간과 미래 방재센터는 일본 방재의 제어탑 역할을 한다. 이곳 역시 한신·아와지 대지진 재해기념으로 건립됐다.

서관과 동관으로 나뉜 건물은 서관에서 지진 체험과 기억, 방재·감제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관에는 풍수해를 중심으로 물과 감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공간들이 있다. 모두 연구를 통한 방재와 감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지진을 비롯한 재난과 방재에 관한 자료를 열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자료실을 공개하고 있다.

 

▲ 오사카시 아베노 방재센터를 방문한 본지 이바름 기자와 일본가이드가 화재발생시 연기 속에서 탈출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 오사카시 아베노 방재센터를 방문한 본지 이바름 기자와 일본가이드가 화재발생시 연기 속에서 탈출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큰 틀에서 △전시 △자료수집·보존 △재해대책 전문직원 육성 △실천적인 방재연구와 젊은 방재전문가 육성 △재해 대응 현지조사·지원 △교류 및 네트워크 6가지 기능으로 이뤄진 센터는 재해 극복사례를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방재전문가 육성’이다.

일본 본토에서 방재전문가 육성을 전담으로 하는 곳은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가 유일하다.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 등을 3∼5년 임기로 상근 채용해 상급연구원의 지도로 실천적 방재연구를 수행한다. 상급연구원은 나카가와 하지메 교토대학 방재연구소 소장, 야마자키 노보루 NHK 해설주간(자연재해·방재담당), 후쿠와 노부오 나고야대학 감재연계 연구센터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에서 교육·연구를 통해 육성된 방재전문가들은 타 지자체나 대학, 방재전문기관에 고용돼 선진 방재정책을 마련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센터는 △재해대책행정대응 △응급피난대응 △구명 및 구급대응 △2차 재해대응 △자원동원대응 △정보대응 △자원봉사대응 △인프라대응 △이재민지원대응 △지역경제대응 등 10가지 연구분야를 세워 실천해나가고 있다. 30년을 전망해 5년 주기로 계속적·조직적인 중점연구영역을 추진한다. 또다시 핵심연구와 특정연구로 구분해 주제별로 해결과제를 모색하고 있다. 대학과 사설연구소는 물론, 사회·시민단체와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 국립방재공원, 3마리 토끼 다 잡아야

국립방재공원은 역사적 가치와 연구원 양성, 실천적인 방재 등 3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11·15 포항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대두됐고, 내진설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많아졌다. 경북권에 밀집한 원전에 대한 안정성 요구 역시 포항지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지진대책과 이재민 구호활동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섰다.

이제 포항은 이미 한반도에서 상징적인 도시가 됐다. 남은 건 들어설 국립방재공원을 어떻게 구성해 한반도 방재선구도시로 나가느냐다.

우선 역사적 가치를 위해 파손된 일부 건축물을 선별해 보존, 후세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자손들에게까지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전달함과 동시에 재앙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또 지진을 직접 체험해 본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실질적인 방재대책과 체험시설 등을 완비해 타지역과 차별화된 체험형 방재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지진방재분야 전문인력 양성학교와는 별개로 지역 대학인 포스텍과의 연계를 통해 한반도를 이끌어갈 새로운 방재전문가 육성에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 태풍과 같은 풍수해, 지진해일까지 연구분야를 확장해 고차원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난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포항 국립방재공원을 필두로 좁게는 한반도 전역, 넓게는 대륙열차를 타고 유라시아까지 방재전문가를 파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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