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경보’ 속 칠곡 양계·양돈농장 찾아 가 봤더니…

▲ 폭염이 이어진 16일 오후 칠곡군 석적읍의 한 양계농장의 닭들이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1℃라도 더 낮추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칠곡군 석적읍 도개리의 한 양계농장.

이날 칠곡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6℃를 웃돌며 살인더위를 방불케 했지만 이곳에서 만난 농장주 이모(68·여)씨는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작업에 열중했다.

그는 닭들이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물통에 얼음을 넣어주고 선풍기의 방향을 조정하는 등 농장 이곳 저곳을 분주히 움직였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힘든 날씨였지만 이씨는 소중한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우리 양계장에 있는 닭들은 산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반 닭보다 더위에 더 약하기 때문에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얼음물을 꼭 챙겨줘야 한다”며 “자식같이 아끼는 닭들이 무더위에 지쳐 쓰러져가는 모습을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어떻게든 양계장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무더위로 키우던 닭 4천마리 중 절반 가량을 보내고 현재는 2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비어있는 닭장을 바라보는 이씨의 표정에서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이 느껴졌다.

이씨는 “친환경 유정란 농장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더운 날씨로 애지중지 키우던 닭들이 너무 많이 잃었다”며 “비타민도 주고 선풍기도 전기세 생각하지 않고 계속 틀어놓고 있는데 올해는 무더위로 죽는 닭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문과 방송에서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나같은 노인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이런 냄새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매년 AI, 폭염 등이 반복되면서 키워서 내다 파는 닭보다 죽어나가는 닭이 더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좀 더 신경을 써서 미리 대비책을 강구한다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을텐데 왜 그렇게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칠곡 약목면 덕산리에 양돈장을 운영하는 최덕윤(37)씨도 마찬가지 열성을 보였다. 최씨는 “지난해의 경우 7월 말부터 무더위가 시작됐다. 올해는 7월 초부터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습도가 높아서 돼지들이 큰 피해를 입을까봐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태풍이 오고 장마철일 때는 내부 온도가 25℃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다가 최근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며 내부온도가 너무 올라가 가축들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간혹 폐사도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시설 개선과 관련한 질문에 그는 “시설부분은 모두 돈 문제”라며 “대형마트처럼 에어컨 시설을 24시간 풀가동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일반적인 농가들은 생각도 못한다. 전기료만해도 월 1천만원 이상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군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적어도 한 동에 1억원 이상이 들고, 자부담을 50%만 잡아도 약 5천만원 이상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서 함께 일하고 있지만, 정규 시간 이상에는 당연히 추가 임금이 발생하기에 수익성이 낮은 농가들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선풍기와 환풍기를 통한 공기순환 외에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가축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저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만 바란다”며 돈사로 들어갔다. 칠곡/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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