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애 숙

나도 모르게 지은 죄에 묶여

내 영혼이 제 갈 길 가지 못하거든

부디 살풀이 한 가락 춰주오

그래도 제 갈 길 찾지 못하거든

바다소리 끊이지 않게

메아리라도 남겨주오

그런데도 제 갈 길 찾지 못하고 헤매거든

바람에 잘 말려

한지에 곱게 싸

깊은 땅 속에 묻어주오

지상에 두고 가야 할 마음자락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이 탐욕 어여삐 여겨

부디 봉분 하나 만들어주오

삶도 죽음도 순간이다. 이 땅에 목숨 얻어 그저 바람이 불 듯이 바람에 불리어 다니다가 바람에 쓰러져 눕고 허망하게 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장례의 형태가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육탈의 과정을 풍장이라는 장례 풍속을 연작시로 엮어가는 시인의 생에 대한 깊은 상념을 본다. 풍장은 몸의 소멸과정을 쓴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허무하고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