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두 자릿수 인상 경제운용 부담”
김상조 등도 보완책 제시, 정부 내서도 ‘엇박자’
소상공인 등 집단반발 가시화… 불복 움직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파장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년 인상폭이 10.9%(8천350원)로 결정됐으나 이는 ‘미봉책’일뿐 정책 책임자들의 엇박자와 함께 소상공인 등 현장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시간당 1만원’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밝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이 기로에 서게 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6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와 정책협의를 가진 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펴온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일부 연령층, 업종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사업자 부담 능력을 고려할 때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경제 등을 위한 경제 심리 촉진 측면에서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인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 한도를 늘리는 데도 부정적이다. 올해 한도는 3조원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고용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효과가 일부 있었다”면서도 “재정을 통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제컨트롤 타워인 김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벽에 부딪쳤다는 실토와 다름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으며 들끓는 여론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우려가 큰 것을 알고 있다”며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가맹거래법은 ‘가맹점의 영업지역에 대해 가맹본부가 점주와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새로운 위법행위로 명시해 금지하고 있다”며 “이는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개선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표준계약서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중 표준계약서 사용에 대한 배점을 3점에서 10점으로 높이고 주요 업종별로 표준계약서 사용현황을 파악·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를 들겠다는 뜻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업계 달래기에 힘을 보탰다. 홍 장관은 같은날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해주면 국무회의에 보고해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등 직접 영향을 받는 쪽은 최저임금 인상에 불복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외면하고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의 참석하에 일방적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절차적·내용적 정당성을 상실한 이번 결정에 대한 국민 저항권 발동을 위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연대’를 구성, 전면적인 생존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합회는 “구체적으로 서울 광화문 등에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천막 본부를 설치하고,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뒤 최저임금 인상안을 묵살하고 독자적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도 “현 사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을 외면한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무지함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전편협은 “해마다 강제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5인 미만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전편협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개별 가맹 본부의 가맹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으로 인한 생존권 파괴 행위 즉각 중단 △카드수수료 정부 차원 해결 등을 요구했다. 다만 “을과 을의 싸움을 절대 원치 않는 만큼 앞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논의됐던 동맹휴업을 포함해 신용카드 선별거부, 공공서비스 상품판매 거부, 심야할증 등 단체행동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는 않겠다”며 “정부와 본사에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한 만큼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단체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의 한 편의점 가맹점 업주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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