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동행안 교통허브 중심이 되다
⑻ 남북교류 확대 기대감에 ‘영일만대교’ 재조명

▲ 항공촬영된 영일만항과 영일만 일대 일출장면을 사장교 조감도와 합성한 사진.        /경북매일DB
▲ 항공촬영된 영일만항과 영일만 일대 일출장면을 사장교 조감도와 합성한 사진. /경북매일DB

갈 수 없는 지역을 곧바로 이어주는 매개체, 바로 다리(교량·橋梁)이다. 우리는 일생 동안 수많은 다리와 마주한다. 냇가에 놓인 징검다리부터 산과 산,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까지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많은 다리를 오가며 살아갈 것이다. 다리는 의식주에서부터 물적·인적 교류를 통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의 연결통로가 돼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듯 다리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골든게이트교는 차고 거센 조류와 안개가 많은 날씨, 그리고 수면 아래 지형이 복잡해 건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4년 만에 완공돼 미국 토목학회에서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교 역시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거친 물살, 강풍, 토양조건, 물의 깊이,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건설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됐지만 예르바부에나섬을 중심으로 베이 브릿지를 건설하면서 많은 건축자재와 인건비를 최소화해 결국 건립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대형 교량들은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건설돼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경북은 어떨까. 경북 동해안의 교통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포항을 보면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일부 구간으로 영일만 대교 사업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업 제안 이후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현재는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 그러나 위기가 지나면 기회가 다시 찾아오듯, 북방외교의 활성화로 영일만 대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필요성과 기대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포항시, 주요 관광명소 접근성 높이고 울산간 국도대체우회도로 이용 줄여 물류비 절감 기대
경북도, 부산~유럽 아시안하이웨이 연결 도로망 구축된다면 북방교류 협력 선점 효과 커
중앙정부, 영일만항 거점으로 북방외교 성공 이끌 교두보 기대·U자형 국토균형발전 역할도

□ 영일만 대교 추진될까

포항시가 영일만항 물류수송 및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영일만대교 건설 사업이 경제성과 환경문제 등으로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판문점선언’ 등 남북경제협력의 확대 분위기로 인해 그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영일만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북구 신항만을 연결하는 전체 길이 9.1㎞의 구간으로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일부 구간이다. 영일만대교가 건설되면 네트워크형의 교통순환체계가 이뤄지면서 블루밸리를 비롯한 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항, 철강산업단지와의 접근성이 한층 좋아지게 된다. 당연히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물류수송 수단인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이 필수요건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남북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영일만대교의 건설 추진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영일만대교 건설은 수조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수익성과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최근까지 실질적인 사업진척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영일만대교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업 진척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이다.

관련해서 포항시는 영일만대교 건설을 비롯해 국제여객부두 조성과 포항 수출물류(가공)단지 조성, 자유무역 지역 조성, 콜드체인(Cold Chain·저온유통체계, 즉 냉동 ·냉장에 의한 신선한 식료품의 유통방식) 구축, 북방항로 및 북극항로 개척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연계 추진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명실상부한 환동해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사업으로 미래 경북의 100년을 위한 사업이기도 한만큼 민·관이 체계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영일만대교 건설을 통해 영일만항 활성화를 비롯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일만 대교 사업의 역사

총 사업비 1조7천700억원의 대형 국책사업인 영일만대교는 지난 1992년 초 포스코에서 발표한 ‘영일만 광역권 개발 기본구상’에서 출발했다. 서울대학교에 용역 의뢰해 만들어진 이 기본구상에는 영일만 해상도시(인공섬)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영일만에 인공섬을 조성해 국제공항과 항만시설, 주거지역, 위락시설 등을 입주시키고 이 인공섬과 육지 양쪽을 교량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이 제안됐다. 영일만대교는 이처럼 포항의 새로운 희망으로 힘차게 출발했지만, 이후 정치권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정책이나 평가주체, 평가시점이나 방법 등에 따라 다른 추진 해법이 나왔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국토균형발전론을 내세운 정치권의 영향으로 서해대교를 비롯해 호남지역의 대부분의 섬들은 교량으로 연결됐지만, 영일만대교에는 경제성 분석의 잣대가 적용돼 매번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러던 중 영일만대교는 2011년 말 국토해양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당초 서쪽 육지로 계획된 포항~영덕구간 일부가 영일만을 횡단하는 동쪽으로 변경되는 안이 확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포항시 역시 민자유치를 통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해 ‘기본계획수립용역비’ 20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와 국토부 타당성조사까지 마쳤음에도 지난 2017년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진행되는 등의 시련을 겪었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아예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으며 현재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 영일만 횡단구간 조감도.  /포항시 제공
▲ 영일만 횡단구간 조감도. /포항시 제공

□ 영일만 대교의 필요성

그렇다면 경북도와 포항시는 왜 경제성이 떨어지는 영일만대교의 건설을 고집하는 것일까? ‘해양경북의 랜드마크’가 될 영일만대교가 완성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우선 포항시의 입장에서는 영일만대교가 완성되면 호미곶을 비롯한 주요 관광명소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철(鐵)을 많이 생산하는 포항과 국내에서 가장 철(鐵)을 많이 소비하는 울산간의 물류가 국도대체우회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돼 물류비가 크게 절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포항∼울산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국도대체우회도로와 국도 7호선의 교통량이 증가해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영일만대교가 완공되면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일만대교 건설과 영일만항 활성화를 시작으로 영일만관광특구 지정으로 이어지는 물류산업과 해양관광산업의 육성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경북도의 입장에서도 영일만대교는 북방교류협력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항에서 영덕, 울진,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안고속도로를 부산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아시안하이웨이와 연결한다면 북방진출의 대동맥을 경북에서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만인 영일만항을 북방진출의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영일만대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환동해경제권의 물류·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영일만대교의 건설은 미룰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에서 시작해서 울산과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나선특급시 등을 거쳐 러시아의 하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도로망이 구축될 경우, 영일만대교는 환동해권의 도시연대를 통한 물류·관광 활성화에도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또한 영일만대교는 L자형 국토개발 형태에서 U자형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영일만항은 우리나라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북방외교를 성공시킬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곳 역시 영일만항이다. 영일만대교는 북방물류거점항만으로 건설된 그 영일만항의 남쪽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영일만항과 포항철강산업단지, 울산공업단지, 부산항을 연결하는 중요한 물류수송 기능을 하게 된다. 이제는 정치논리나 지역 차별성에서 벗어나 영일만대교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냉정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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