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수 경

떠나는 일은 불편하다, 새 거처를 마련하는 일은 불편하다, 나는 유목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무엇이 끊임없이 나를 유목하게 하는가 사는 것의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다시 고개를 든다 …. 위에 올려놓은 가방을 내려 가방 안에 든 물병을 꺼내 물을 한모금 마신다.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이 낙타 등에 주머니를 싣고 가듯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나의 가방 안에도 물병이 들어 있다. 철근으로 만든 낙타를 타고, 마른 사막을 지나듯 낯선 풍경을 지나며, 새로운 정주지(定住地)를 찾아.

철근으로 만든 낙타를 타고 시인은 마른 사막 같은 팍팍한 문명이라는 사막을 건너고 있다. 유목민처럼 방향도 없이 끝없이 유랑하는 것이다. 사막같이 건조하고 쓸쓸한 낯선 풍경의 문명사회를 살면서 현대인들의 고립과 단절이 삶을 비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