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인구와 행정구역, 지자체 예산 규모 등을 정리한 ‘2018 행정안전통계연보’가 최근 발간됐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한국의 인구는 5천177만8천544명. 이 가운데 1971년 태어난 돼지띠 남녀가 가장 많다고 한다.

1971년 태어난 한국인은 102만4천773명. 이중 사망 또는 실종된 7.9%를 제외한 94만4천179명이 올해 만 47세를 맞았다. 이른바 ‘58 개띠’로 불리는 1958년생 ‘제1차 베이비붐 세대’ 이후 ‘제2차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71 돼지’들이 숫자 면에서 한국 사회의 중추가 된 것이다.

통계가 발표된 후 신문과 SNS 등엔 그 시대를 기억하거나 살아온 언론인과 예술가, 회사원과 공무원 등의 추억담이 넘쳐난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초등학교 교실은 항상 60~70명의 학생들로 북적였고,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한 학년이 15개 반쯤 됐기에 수학여행이라도 갈라치면 10량이 넘는 기차를 통째 대절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도 밤 10시까지 교실에 남아 졸린 눈을 부비며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워야 했다.”

과장이 아니다. 사실이 그랬다. 1971년생 돼지띠가 대학 입시를 본 1990년도 학력고사 경쟁률은 4.57대1. 역사상 가장 높았다. 많은 또래들 속에서 눈물겨운 노력을 했지만 ‘취업 운’ 또한 좋지 못했다. ‘71 돼지’ 남성들이 군대를 다녀와 직장을 구할 시기인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친 것.

여러 고통과 수난 속을 살았지만 1971년생 돼지띠들의 삶 전체가 마냥 어두웠던 것만은 아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친구에게 선뜻 내어주는 양보의 미덕을 익혔고, 아웅다웅하는 가운데서 어떤 경쟁도 우정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달아갔다. 형제 많은 집 아이들이 일찍 철들 듯.

세상 모든 물건에는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다. ‘71 돼지’들의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무한경쟁의 그림자 속에서도 그들의 우정은 보석처럼 빛났을 터. /홍성식(특집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