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애국지사 추모 속 건국 시점 대립
양당 서로 헌법정신·역사관 들먹이며 설전

▲ 여야 대표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 여야 대표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15일 73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가운데 여야 간 건국절 논쟁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해묵은 이념논쟁이라고 비판했고, 자유한국당은 1948년 건국을 부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건국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심 의원은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했다”며 “해방을 맞이한 후 1948년 8월15일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문재인 정권은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일로 주장하며 내년에 100주년 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권력의 힘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며 “이는 역사에 대한 테러이고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생일도 모르고 헷갈리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상하다. 문재인 청와대가 수상하다”고 색깔론 공세를 폈다. 김 전 지사는 이어 “대한민국 곳곳에 스며든 김일성주의자들은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1919년 건국일’을 언급하며, 별도의 대통령 메시지 없이 ‘정부수립 70주년 기념행사’는 축소 개최할 계획”이라며 “문재인정부의 역사관이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사실(史實)마저 부정하는 문재인정부의 역사 인식과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또다시 국론 분열을 부추기며 국제적 승인을 받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부 스스로가 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즉각은 반발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만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목도하는 등 오늘의 광복절은 작년과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더는 갈등과 반목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분열의 정치, 정쟁만 일삼는 비생산적 정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한국당은 ‘48년 건국론’을 들먹이며 해묵은 이념논쟁을 시도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 보수 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태영호 공사,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심재철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태영호 공사,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심재철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정치는 역사 앞에 당당해야 하는 만큼 한국당이 생각하는 헌법 정신과 역사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백해무익한 논쟁이 아닌 생산적인 비판과 발전적인 협력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건국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진보와 보수 진영이 이를 놓고 대립해 왔다. 2007년 9월 한나라당의 정갑윤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는 국경일 법안을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추진하면서 격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광복 71주년, 건국 68주년”이라며 1948년 건국 주장을 지지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을 건국일로 강조한 바 있다. 진보 진영의 주장에 따라 내년이 건국 100주년이기 때문에 건국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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