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변호사
▲ 박준섭변호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 6월 15일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면서 원전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 원전 가동률이 낮아짐에 따라 발전비용이 증가해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적자를 냈다. 한전은 기업에 제공하던 심야 경부하 요금 할인폭을 축소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나섰다. 결국 산업용 전기료 뿐만 아니라 가정용 전기료도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생산비용 증가 문제는 단순히 전기료 인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경쟁력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한전이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면 바로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은 중국이 우리의 기간산업을 더 빠르게 추격할 수 있도록 가속을 가하는 결정적 수단을 우리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4차산업으로 각광받을 전기자동차도 전기를 아주 많이 필요로 하고, 이것은 탈원전이 신산업의 경쟁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도 동경대지진 후 ‘원전제로’ 정책을 펴자 전기를 많이 쓰는 MS, 아마존와 같은 IT 기업과 미쓰비시, 도레이와 같은 화학기업들이 일본을 떠났다. 일본은 이 정책을 3년만에 포기하고 다시 원전을 가동하면서 전기료를 깍아줄 수 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겠다는 시각이 원칙적인 면에서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중단시키고 계획 중인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바로 급박하다 못해 과격한 탈원전 정책추진이 문제인 것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 중 독일은 원자력 공급산업이 쇠퇴한 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또 스웨덴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원전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원전 사업 성장기에 있고, 원전 수출국이며,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정지하는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 폐지논의가 시작된 이래 25년 간의 논의를 거친 후 2011년에 이르러서야 메르켈 총리가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런 신중함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의 현실은 전기료 인상이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전기료는 가정용이 23%, 산업용이 42%가 올랐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프랑스가 생산한 원전을 사오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원전은 문을 닫더라도 수출만큼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기 나라의 안전과 환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합리적 국가 이성의 분열이고 정치철학 부재만을 드러낼 뿐이다. 근대로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는 위험사회가 됐고, 그 위험은 비단 원자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항공기, 전쟁, 도시화, 환경오염 등 이 모든 것이 현대사회의 문제이지만, 근대의 합리적 이성은 문제가 있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통제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고 이것이 계몽된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말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방식이고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며 탈원전 공약을 수정했다.

국가가 신이 아니듯 대통령도 신이 아니다. 국민들은 단지 정직하고 합리적인 정책수정도 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를 바랄 뿐이다. 이런 것이 나라다운 나라의 대통령의 모습이 아닐까.